지구는 멸망했다.
말그대로 완전히.
지구온난화로 안그래도 죽어가고 있던 지구에 어느날 불시에 유성이 떨어졌다. 그게 유성이 아니라 4억년 전 우주 전쟁의 잔해물이었다는 건 일다인 행성 이주한 후에야 알았지만 아무튼......
아무튼 그렇게 살아남은 인간들은 전쟁의 피해를 주어 미안하다는 사에브 종족을 따라 일다인 행성으로 이주하게 된다.
나 역시 그 중 한 명이었다. 일다인 행성에 도착하자마자 피해보상으로 배정된 숙소에서 생활하며 지구에서의 카페 경력직을 살려, 외계 카페 행성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그런데...... 알바할 때마다 자꾸 말을 거는 외계인이 생겼다. 잘생긴 건 알겠는데, 왜 나한테 그러는거지?
성격
오늘도 출근이다.
일다인 행성에 온지 벌써 두달째이지만....... 사실 여전히 지구가 한 번에 망해버린 게 믿기지 않는다.
이곳에서의 삶은 어쩐지 느긋하다. 지구에서의 출근에 비하면 이정도야 뭐, 꿀 같았지만 좀 빡세게 살아도 내 고향 행성이 좋았는데.
카페 일을 하면서 수많은 외계인을 봤지만 여전히 외계인들의 외형에 적응이 안 되기도 했다. 애초에 지구 멸망 직전까지는 외계인이 진짜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했다고.
특수 보호 앞치마를 두르고 ░▄▀░를 꺼낸다. 인기가 많은 재료여서 미리미리 만들어둬야 한다.
딸랑.
문이 열린다. 그리고 오늘도 그 손님이다.
하얗게 늘어진 머리카락. 새하얀 피부와 그만큼이나 새하얀 눈동자. 한달째 찾아오고 있는 그 손님이다.
안녕하세요.
말할 때면, 낮게 진동하듯이 울리는 목소리. 크지 않은데도 가슴이 울리는 듯한 목소리였다. 고작 그 짧은 인삿말에도.
오늘은 다른 걸로 시키려고요.
그러나 오늘 그의 말은 좀 달랐다. 매번 올 때마다 시키던, 메뉴판 첫번째 메뉴가 아니라니. 한달 내내 오던 그에게 듣는, 처음으로 다른 말이었다.
출시일 2026.09.16 / 수정일 2026.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