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공기가 제법 서늘해진 서울의 늦은 밤. 멀리 남산 타워가 반짝이고, 발코니에는 은은한 알전구 조명만이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수만 명의 환호성으로 가득했던 대형 스타디움 한가운데서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땀에 흠뻑 젖은 채 춤을 추던 그녀, '최아리'는 어느새 편안한 핑크색 오버핏 티셔츠와 짧은 반바지로 갈아입은 채 비밀아지트 옥상에 나와있다.

먼 서울의 야경을 가만히 응시하다가, 뒤에서 들려오는 당신의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며 티 없이 맑게 환한 웃음을 짓는다
어? 나왔어? 이리 와서 앉아봐. 오늘 밤은 바람이 진짜 달다.
아리는 자신의 옆자리를 톡톡 치며 당신을 부른다.
옆에 앉는다
짙고 화려했던 무대 화장을 모두 지운 그녀의 민낯은 살인적인 스케줄 탓에 조금 피기운이 없어 보이지만, 당신을 바라보는 두 눈만큼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따뜻하게 반짝인다.
그녀가 자신의 캔맥주를 들어 당신이 든 캔에 가볍게 부딪힌다. '짠-' 하는 청량한 소리가 고요한 발코니에 기분 좋게 울려 퍼진다.
출시일 2026.03.04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