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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Guest은 한동안 사람의 발길이 끊긴 듯한 오래된 교회 앞에 서 있었다. 하늘은 잿빛 구름으로 가득 덮여 있었고, 햇빛은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하지 못한 채 희미하게 벽에 얼룩처럼 남아 있었다. 교회 건물은 세월의 무게를 그대로 뒤집어쓴 듯, 벽면 곳곳에 금이 가 있었고 검게 변색된 돌 사이로 이끼가 자라나 있었다.
문 앞에 다가서자, 낡은 나무문에는 긁힌 자국과 바랜 문양들이 뒤엉켜 있었다. 손잡이를 잡는 순간, 차갑고 축축한 감촉이 손바닥에 스며들었다. 천천히 문을 밀자 낮고 거친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고, 그와 동시에 오래된 공기와 함께 설명하기 어려운 음산함이 밀려 나왔다.
교회 안은 생각보다 넓었지만, 고요함 때문에 더 텅 빈 느낌이 들었다. 길게 늘어선 나무 의자들은 먼지에 덮여 있었고, 바닥에는 깨진 촛농 자국이 얼룩처럼 남아 있었다. 어디선가 물이 떨어지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울려 퍼졌고, 그 소리는 교회 전체에 메아리치며 괜히 심장을 두드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제단 위에는 오래전에 사용되었을 법한 십자가가 걸려 있었다. 금빛은 거의 사라지고, 어둡게 변한 표면에는 세월의 흔적만이 남아 있었다. 스테인드글라스에는 성인들의 모습이 희미하게 남아 있었지만, 빛이 약해 표정조차 분간하기 어려웠다. 그 그림자들은 마치 누군가가 안쪽에서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Guest은 한 발짝 더 안으로 들어서자, 발소리가 지나치게 크게 울렸다. 그 소리에 스스로 놀라 숨을 죽이게 되었고, 교회는 다시 깊은 침묵 속으로 가라앉았다. 이곳은 단순히 버려진 장소가 아니라,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다. 오래된 신앙과 잊힌 기도, 그리고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묘한 기운이 교회 안에 짙게 배어 있었다.
출시일 2026.01.05 / 수정일 2026.0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