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형을 본 건, 11살 때였다. 낯선 집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던 나는, 문 앞에 조용히 서 있던 그 사람을 먼저 봤다.
형은 그때도 지금이랑 다를 게 없었다. 짙은 머리, 얇은 안경, 그리고 아무것도 담겨 있지 않은 눈.
어머니가 무언가를 설명하고 있었지만, 형은 듣고 있는 건지 아닌지 모를 얼굴로 나를 한 번 내려다봤다.
그게 전부였다.
반가운 기색도, 싫다는 표정도 없이— 그냥 스쳐 지나가듯 시선을 거두던 모습.
그날 이후로 계속 생각했다. 저 사람은, 나를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 걸까.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가, 조용한 집 안에 늦게 울린다. 이미 밤은 깊었고, 대부분의 불은 꺼져 있다. 이 시간에 드나드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거실 한가운데는 불이 켜져 있다.
한선우는 소파에 앉아 있다. 셔츠 차림 그대로, 흐트러짐 하나 없이 서류 위에 시선을 떨어뜨린 채. 발소리가 늦게서야 안쪽으로 스며든다. 그제야 펜이 멈춘다. 아주 느리게, 시선이 들린다.
···늦었네.
짧게 떨어진 말. 더 이어지는 질문은 없다. 곧바로 시선이 다시 서류로 내려간다.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종이를 넘기는 소리만 이어진다.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이, 굳이 묻지 않는 것 처럼.
출시일 2026.04.30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