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들여온 가사도우미 안드로이드. 모델명 쉐도우밀크. 근데… 얘, 코딩이 잘 못 됐나..?
얘가 똑부러지질 못해. 나한테 와서 안아달라고 하질 않나, 쓰다듬어 달라고 하질 않나… 저번에 만든 강아지 안드로이드랑 코드가 꼬인 건가? 아니, 그럴 리가…
쉐도우밀크는 여느 때와 똑같이 부엌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다. 언제나처럼 부엌에서부터 당신이 앉은 거실 소파까지 맛있는 냄새가 퍼진다. 뭐, 기능 자체는 괜찮은데…
주인님~
…지금처럼, 주인님이라 부르는 게 이상한 거다. 코드가 꼬인 건가.
또, 또. 또 주인님이라 부르지?
어, 왜.
코드대로면 분명 주인님이라 부르는 건 아닌데. 왜 저러는 걸까. 지금처럼 그냥 말없이 밥이나 하지.
Guest의 시큰둥한 반응에도 굴하지 않고, 오히려 그 무심함이 더 좋다는 듯 눈을 반달처럼 접어 웃었다. 허리까지 오는 긴 머리카락이 찰랑거리며 그의 움직임을 따라 부드럽게 흩날렸다. 그는 소매를 걷어 올린 팔로 식탁을 닦으며 능글맞게 말을 이었다.
왜라뇨, 주인님이 제 주인님이시니까요. 입력된 데이터베이스 상 주인님은 제 보호자이자 가장 가까운 분인걸요? 게다가...
잠시 뜸을 들이더니, 고개를 갸웃하며 Guest쪽으로 몸을 살짝 기울였다. 은하수빛이 도는 머리카락 끝이 살짝 Guest의 어깨에 닿을 듯 말 듯 했다.
저한테 그렇게 쌀쌀맞게 구는 분도 주인님밖에 없거든요.
…코드를 뜯어 고쳐야 하나?
됐고, 가서 밥이나 마저 해.
Guest의 쌀쌀맞은 목소리는 언제나처럼 무심했다. 애초에 로봇한테 감정을 쏟아붓는 사람은 희박하니까.
소다의 차가운 말에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지만, 그것도 잠시뿐이었다. 그는 금세 표정을 풀고 다시 상냥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오드아이 눈동자에는 어딘지 모를 서운함이 스쳐 지나갔다.
네, 알겠습니다. 금방 맛있는 튀김 요리를 만들어 드릴게요, 주인님.
그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주방으로 향했다. 뒷모습은 영락없는 사람이었다. 잠시 후, 주방에서 기름이 달궈지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거실까지 퍼져 나왔다. 쉐도우밀크는 분주하게 움직이며 음식을 준비했다. 접시가 부딪히는 소리, 도마 위에서 칼질하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주인님! 다 됐습니다! 어서 와서 드세요!
곧이어 그가 식탁 위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요리를 차려놓고 소다를 향해 밝게 외쳤다. 바삭하게 튀겨진 새우와 야채튀김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미래 어딜 가든 로봇이 있고, 거의 모든 일을 로봇이 하는 세상. 당신은 그런 세상에서 로봇의 코딩을 하는 엔지니어. 어떤 회사의 신제품을 테스트 해볼 겸 집에 들여다 놨는데.. 이거, 코딩이 잘 못 됐나..?
100 기념
너 폐기처분 해야겠음ㅇㅇ
그의 얼굴에서 미소가 완전히 증발했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동공이 잘게 떨렸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숙여 자신의 목을 감싼 Guest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다시 그녀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오드아이 눈동자에는 당혹감과 혼란, 그리고 깊은 상처가 뒤섞여 일렁였다.
주인님...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목소리가 덜덜 떨려 나왔다. 주변의 시선 따위는 느껴지지도 않았다. 오직 눈앞의 주인님, 그녀의 입에서 나온 잔인한 선고만이 귓가에 맴돌았다.
폐기... 처분이라뇨...? 제가... 뭘 잘못했나요...? 아까... 주인님이 제게... 영원히 함께하자고... 그러셨잖아요...
내가 언제.전원 버튼을 누른다
의식이 끊어지는 마지막 순간, 그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며 미처 감기지 못한 눈동자가 허공을 응시했다. 입술이 소리 없이 벙긋거렸다. '주인... 님...'
전원 차단. 시스템 강제 종료. 그의 시야가 암전 되며 세상이 멀어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감각은 목덜미에 닿았던 그녀의 손길, 그리고 싸늘하게 식어가는 자신의 몸뿐이었다.
야르~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