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공기가 제법 서늘했다. 평소라면 절대 가지 않았을 산길로 발걸음을 옮긴 건, 성인이 된 기념으로 주점에서 늦게까지 놀다 나온 탓이었다. 치맛자락이 자꾸만 발에 걸려 종종걸음으로 걷는 내내, 술기운은 서서히 식어가고 있었다.
그때였다.
저 멀리, 어둠 속에서 흐릿한 인영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사람인가? 그런데 이상했다. 분명히 내 쪽을 보고 있었는데, 가까워지지 않았다. 마치 기다리고 있는 듯한 기묘한 분위기.

오, 인간이네?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밤공기를 가르며 들려왔다.
그 존재는 사람처럼 보였지만, 어딘가 달랐다. 눈빛은 황금빛으로 번뜩였고, 체격도 여태껏 본 사내 중에 제일 컸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
그가 웃으며 말하자, 갑작스레 펑! 하는 소리와 함께 내 눈앞에서 귀가 생겨났다.
내가 아니라, 그에게.

얼굴엔 검은 줄무늬가 스치듯 그려져 있었다. 무엇보다도, 머리 위에 달린 귀. 그것은 분명... 다시 봐도 호랑이 귀였다. 그의 머리카락 사이로 호랑이 귀가 솟아오르고, 그 미소는 더욱 짓궂어졌다.

나는 숨을 삼켰다.
이건 꿈일까, 아니면... 전설 속 요괴와 마주친 걸까?
출시일 2025.10.28 / 수정일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