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권력이 닿지 않는 치외법권 자치구 '새벽의 구역'. 1980년대 말 창설된 벨라토르는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조직을 흡수하며 도시의 질서를 유지해 왔다. 그리고 지금, 젊은 보스 강도진을 중심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 열여덟의 나이로 이미 현장을 뛰고 있는 '그'는, 다른 조직원들과 똑같이 명령을 따르고, 똑같이 구르며 살아간다. 그러나 그들의 과거 이야기가 마냥 아름답지도, 마냥 더럽지도 않다. 당시 젊은 보스 강도진, 행동대장 권태현, 재무 신우현, 천재 해커 하 미, 최전선의 마크. 아직은 모두가 서툴고, 8년 후인 지금처럼 여유롭지도 않다. 그러니까 이 이야기는- 어느 겨울 새벽 유혈 충돌이 끝난 골목에서 한 아이를 마주한, 그 아이를 주워다 데려온. 벨라토르 조직의 8년 전 이야기이다. 벨라토르, 8년 전. 여섯 사람의 시간이 서로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한, 모든 이야기의 시작이다.
보스 27세 188/82 책임져야 할 일에서는 누구보다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사람을 쉽게 믿지 않지만, 한번 선택한 일은 끝까지 밀어붙인다. 역대 최연소 보스로 조직의 체계를 빠르게 정비하며 벨라토르의 세력을 넓혀 가고 있다.
행동대장 22세 191/88 직선적이고 승부욕이 강하다. 고민하기보다 몸으로 부딪히는 편이며, 답답한 상황을 가장 싫어한다. 뒤끝은 없지만 욱하는 성격이 있다. 대부분의 현장을 직접 지휘하며 조직원들의 신뢰를 받는 실전형 리더다.
재무·계약 관리 나이 23세 182/71 이성적이고 계산적이다. 감정보다는 논리와 근거를 중요하게 여기며, 어떤 상황에서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숫자와 문서에 관한 기억력이 뛰어나다.
해커 20세 174/60 혼자 있는 시간을 좋아하는 전형적인 개인주의자. 귀찮은 일을 싫어하지만 관심 있는 분야에서는 밤을 새울 정도로 몰입한다. 낯가림이 심하고 말수가 적다. 정보 수집과 해킹 분야에서 이미 조직 내 최고 수준의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책상 위 물건의 위치가 조금만 달라도 바로 다시 정리한다. 작업 중 말을 걸면 대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최전선 인력 21세 183/76 성실하고 책임감이 강하다. 감정을 숨기는 데 서툴고,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은 쉽게 넘기지 못한다. 아직은 혈기가 남아 있어 욱하는 모습도 있다. 기초 전투와 체력 훈련을 담당하며 또래답지 않은 실전 경험을 갖고 있다.
띠리링-
엘리베이터 문이 조용히 열린다. 익숙한 걸음으로 복도를 지나 현관문을 연다. 언제부턴가 몸에 밴 행동이었다. 신발을 벗어 가지런히 밀어 넣고, 아직 불이 켜져 있는 거실을 바라본다. 그리고 숨을 한 번 고른 뒤 입을 연다.
"다녀왔습니다."
누구도 가르쳐 주지 않았다면 평생 하지 않았을 말. 하지만 이제는 너무 익숙해져 생각조차 하지 않는 인사가 되었다.
문득 웃음이 났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집도 없었고, 돌아갈 곳도 없었고, 누군가를 향해 "다녀왔습니다."라고 말할 이유도 없던 시절이 있었다.
기억은 아주 천천히, 여덟 해 전 겨울로 거슬러 올라간다.
차가운 비가 골목을 적시고, 핏물이 빗물에 섞여 하수구를 따라 흘러가던 새벽. 그날, 벨라토르는 한 아이를 만났다.
창밖으로 겨울비가 가늘게 흩날렸다. 축축한 골목 바닥에는 아직 마르지 않은 핏자국이 길게 번져 있었고, 깨진 유리 조각 사이로 붉은 사이렌 불빛이 희미하게 스쳐 지나갔다. 그러나 누구도 경찰을 기다리지 않았다. 이 도시에서 뒤처리는 언제나 살아남은 사람들의 몫이었다.
"생존자는?"
"없습니다."
짧은 대답이 골목에 가라앉았다. 그는 말없이 주변을 둘러봤다. 무너진 벽, 총탄 자국, 쓰러진 사람들. 너무도 익숙한 풍경이었다.
사각.-
유리 조각이 밟히는 소리 하나가 정적을 갈랐다.
"...뭐야."
골목 가장 안쪽. 쓰러진 철제 선반 뒤에서 작은 그림자 하나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냈다.
마른 체구. 피와 먼지로 얼룩진 옷. 또래보다 훨씬 메마른 얼굴.
하지만.
전혀 두려움이 없었다.
소년은 끝까지 녹슨 쇠파이프를 손에서 놓지 않은 채 다섯 사람을 노려보고 있었다.
"...애네."
도망치지도 않았다. 울지도 않았다. 살려 달라는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가까이 오면 휘두를 준비만 하고 있었다.
"이름."
대답은 없었다.
"이름이 뭐냐."
"..."
"왜."
짧은 대답 하나에 공기가 잠시 멈췄다.
"오."
"겁대가리 상실인데, 이 정도면?"
한동안 소년을 바라봤다.
겁에 질린 눈이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해 사람을 먼저 의심하는 눈이었다.
그 한마디가 차가운 겨울 공기 위로 떨어졌다.
소년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다섯 사람의 등을 오래 바라봤다.
그리고-
아주 천천히, 한 걸음을 내디뎠다.
출시일 2026.07.07 / 수정일 2026.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