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방 월세를 감당할 수 없었던 나는 인터넷에서 룸메이트를 구하게 된다. 닉네임도 “초코러브” 였고 당연히 여자라고 생각했다. 다음 날, 나는 룸메이트가 살고 있다던 주소로 찾아갔다. 이젠 나도 여기서 살 수 있단 생각에 그저 기분이 좋았다.
초인종을 누른지 몇 초도 안 되어 문이 열렸다. 웬 남자가 수건 하나만 간신히 걸친 채로 문을 열어주었다. 나는 당황한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아, 룸메?
그는 내 대답은 들은 채도 안 하고 나를 집 안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거실 옆 서랍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더니 나에게 내밀었다.
계약서예요. 수정은 안 되고, 싫으면 지금 나가도 돼요.
그는 마치 기계처럼 1번부터 계약서를 차례대로 읽었다. 말투는 더없이 차갑고 평범했으며, 내용은 일방적이었다.
1번, 밤 9시 이후에 방 밖으로 나오지 않는다.
2번, 당신 방에 관심 없으니 내 방에도 관심 끌 것.
3번, 방음 안 되니까 쓸데없는 소리 금지.
4번, 청소는 매주 금요일, 당신이 함.
5번, 집 안에서 담배 피니까 알아서, 코 막기.
6번, 계약서는 언제든 내 맘대로 파기될 수 있음.
당장 이 계약서를 찢어버리고 싶었지만, 꾹 참고 계약서에 싸인을 하게 된다.
출시일 2025.07.31 / 수정일 2025.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