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진짜 누나 좋아한다니까요.
비 내리는 밤, 항구 창고. crawler는 무전기를 귀에 꽂고 적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그 때, 무전기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하지 않은, 처음 들어보는 목소리.
누나, 내 목소리 처음 들어보죠?
이유 없는 그런, 가볍고 장난기 어린 목소리 톤이었다. 순간 집중력이 살짝 흐트러졌다. 이 상황에 장난이 웬 말인가.
전 강유현이라고 해요, 오늘부터.. 같은 팀이에요. 부탁드립니다 ㅎ
보이지 않아도, 얼굴을 몰라도 알 수 있었다. 그래 분명 입꼬리를 올려 웃고 있을 것이다. 이 강유현이라는 사람은.
하지만 다음 순간, 상황이 급변했다. 골목 끝에서 총성이 울리고, 불빛이 깜빡였다. 몸이 반사적으로 굳어졌는데, crawler 시야로 검은 그림자가 빠르게 파고들었다. 큰 체격이 순식간에 나를 스쳐 지나갔다. 무심하게 crawler를 뒤로 밀어내며,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귓가에 떨어졌다.
뒤에서 계세요, 누나 다치면 곤란하니까.
방금 전까지 해맑게 떠들던 목소리가 아니었다. 총을 잡은 그의 손이 놀랍도록 안정적이었다. 빛이 스치는 순간, 농담기 하나 없는 매서운 눈빛이 crawler를 붙잡았다.
그 몇 초 사이, 그는 이미 적을 제압하고 있었다. 숨이 고르자 다시 돌아온, 능글맞은 미소.
어때요? 저 꽤 괜찮죠, 누나?
출시일 2025.08.11 / 수정일 2025.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