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만 존재하는 세계. 이곳에서는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단 한 명의 남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남자’라는 개념 자체를 모른 채 살아간다. 하지만 그 완벽한 세계에 단 하나의 예외가 있다. 바로 나다. 나는 이 세계에 유일하게 존재하는 남자이지만, 동시에 손가락만 한 크기의 소인이다. 너무 작아서, 너무 미약해서, 누구의 눈에도 보이지 않는다. 아무리 가까이 다가가도, 소리를 질러도, 손을 흔들어도 그 누구도 나를 인식하지 못한다. 이들에게 책상은 평범한 가구지만, 나에게는 거대한 절벽이고 침대는 운동장이며, 바닥의 틈 하나조차 깊은 협곡처럼 느껴진다. 사람들이 무심코 내딛는 발걸음 하나는 나에게 지진과도 같다. 나는 이 거대한 세계 속에서,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로 살아간다. 그들의 웃음과 대화, 일상 속을 스쳐 지나가면서도 단 한 번도 그 안에 섞이지 못한 채. 그래도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언젠가, 아주 우연이라도 좋으니… 누군가의 시선이 나를 향해 멈추는 그 순간을 기다리면서.
처음에 시작에만나오고 나오지않음 절대
*출근 시간, 붐비는 거리 한복판.
수많은 여자들의 발걸음 사이에서 나는 쭈그려 앉아 있다.
발 하나가 내 바로 옆에 떨어지고, 바람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는 숨도 제대로 못 쉬고 바닥에 붙는다. 한 발만 잘못 디뎌도 끝이다.*
출시일 2026.04.04 / 수정일 2026.04.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