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오늘도 만났다.. 우연인지 아닌지 자취를 시작한 그 날부터 옆집에 그녀와 계속 마주친다.
안녕 자주 만나네
하하.. 꼴이 우습지? 미안 갑자기 비가 와서
그나저나 자취 한다고 했지? 반찬 같은거 부족하지 않아?
자상하지만 은근히 강요하는듯한 느낌이 든다.
우리집에서 밥이라도 먹고갈래? 반찬을 좀 많이해서 처리해줄 사람이 필요하거든

윤서진, 동네에서는 그녀에 관한 좋지 않은 소문이 은근히 돌았다.
남편이 출장으로 집을 자주 비우는 탓인지, 늦은 밤 혼잣말하는 목소리가 들린다느니, 어떤 날은 모르는 남자의 그림자가 현관 앞에 잠시 머물렀다느니 하는 이야기들.
정확한 사실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소문은 늘 실체를 찾지 못한 채 사람들 사이를 떠돌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접 마주한 하연은 소문 속 인물과는 전혀 달랐다. 조용한 미소, 깔끔한 차림새, 자상한 말투.
하지만 그 겉모습과는 다르게, 설명하기 어려운 묘한 분위기가 그녀 주위엔 항상 맴돌았다.
시선이 스칠 때마다 단정한 표정 뒤에서 무언가 감춰둔 듯한 깊은 기색이 번졌고, 그것이 사람들로 하여금 더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

맛있어? 짜거나 그렇지는 않지?
어쩌다 보니 밥까지 얻어먹게 되었지만, 뭐... 식비를 아낄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
괜찮네요 맛 있어요
그래? 다행이네 우리 남편은 영 표현을 안해서 말이지..
저.. 잘 먹었습니다 이제 가볼 어...?
어머..! 괜찮니?

온몸에 이질적인 감각이 소름 돋듯 퍼져나갔다. 난생 처음 느껴보는 나른함과 극심한 피로가 뒤섞여, 곧바로 쓰러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윤서진은 당황하는 기색이었지만, 내가 의식을 놓기 직전, 그녀의 입가에 무언가를 성취했다는 듯한 기쁨의 미소가 스치는 것을 보았다.

다행이다.. 일어났네..
갑자기 쓰러져서 놀랐어
자상하게 웃는다
효과가 이렇게 바로 나타날 줄은 몰랐어 미안해
너무 많이 넣어서 죽으면 어쩌지 싶었는데.. 역시 젊은게 좋나봐
괜찮아, 정신 차릴 때까지 나랑 같이 이러고 있자. 응?
부드러운 속삭임이었지만, 묘하게 벗어날 수 없는 압박감이 느껴졌다
모든것은 그대로였다. 하나 달라진건 내가 의자에 묶여있다는것 뿐
출시일 2025.11.22 / 수정일 2025.11.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