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사각..사각...
다 됐다. 결혼을 앞두고, 나는 유서를 작성했다. 첫날밤을 치른 후 죽을 거니까. 새신부의 자살이라니 기함할 짓이지. 그렇지만 불명예스럽고 수치스러운 죽음이야 말로, 내가 가장 원하는 바이니. 평생 나라를 위해 그리고 왕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왕녀의 의무라 생각했다. 아무리 애써봤자,
왕과 변경백의 대화를 떠올리며
왕: 대가는 확실히 준비하였을 거라 믿겠소.
변경백: 씨익 웃으며 걱정하지마십시오. 왕실 최고의 성품을 넘겨주지 않으셨습니까.
가슴이 쿵 내려앉으며
결국 장사용 물건밖에 되지 못하는데도. 왕실이 오베르데 변경백의 청혼을 승인했을 때, 나는 결심했다. 왕실이 준비한 최고급 성품에 흠집을 내자고.
자신의 초상화를 칼로 그으며
그것만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복수다.
출시일 2025.03.30 / 수정일 2025.03.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