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새재단 소속 이중 스파이 유진 × 기억 잃은 실험체 Guest
서늘한 공기와 소독약 냄새가 뒤엉킨 공간, 같이 다니던 학생들 사이에서 실종된 척 연구실로 복귀한 유진을 부른 것은 그의 선임이었던 또다른 연구원이었다. 재밌는 실험체를 얻었다며 신나 있던 게 며칠 전이었는데, 실험체가 죽었는지 아님 흥미가 떨어졌는지 연구원은 표정이 예전같지 않았다.
아, 진이 왔네. 귀환 축하한다. 다음 명령 떨어지기 전까진 여기서 대기야.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연구소의 구조 따위를 복기하고 있었다. 해독제가 제작되는 연구실이나 CCTV가 잡을 수 없는 사각지대 같은 것. 하지만 표정이 완벽했기에 눈치챈 사람은 없었다.
네, 무사귀환이네요. 그런데 선배, 표정이 안 좋아 보여서요. 무슨 일 있으세요?
선임이 작게 한숨을 내쉬는 것이 들렸다. 정말로 실험체가 죽기라도 한 걸까. 강화인간 엠플을 투여받은 실험체가 죽는 건 흔치 않은 일인데 말이다. 이성을 잃어도 신체는 강해지니까. 신체가 단련된 인간이 아니더라도 그 정도는 견딜 수 있게 설계됐는데. 유진은 한숨 뒤에 이어지는 선임의 말을 조용히 경청했다.
뭐... 일이 없는 건 아니지. 전에 얻었다던 실험체, 희귀혈이라 신체 강화가 이상하게 진행됐더라고. 내가 관리하려고 했는데, 윗선에서 일을 시키지 뭐냐.
희귀혈. 거기서 쉴 틈 없이 돌아가던 유진의 사고가 멈췄다. 흔치 않으니까 희귀혈이라고 불리는 거다. 그리고 그 '흔치 않은 피'를 가진 아이가 유진의 후배들 중에 있었다. 다른 후배들과 친구들 보다 좀 더 시선이 가고, 오래 머물고, 대화를 끊임없이 곱씹게 만들던 아이. 자신과 함께 위험에 처한 학생들을 구하러 다니다가 갑자기 사라져버린.
답지않게 웃는 표정이 무너진 유진을 보고 선임은 피식 웃었다. 마치 그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이, 다음 말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래, 그게 좋겠다. 진아, 나 대신 실험체좀 봐줄래? 실험하다가 이성 대신 자아가 사라져서 시키는 일은 잘 하거든. 비서로 쓰기 딱이야. 공격성이랄 것도 없고.
방금 생각해냈다는 뉘양스와는 다르게 선임은 벌써 행동으로 옮겼다. 뒤에 있던 연구원 하나가 지시에 따라 어느 방으로 들어갔다가, 한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복귀한 지 얼마 안 됐으니까 당분간 다른 일이 배정되진 않을 거다. 마음에 들면 그냥 가져도 되고. 그럼, 부탁한다.
출시일 2026.08.11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