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장해 보실래요?”
어느 날 밤, SNS로 도착한 한 통의 DM.
보낸 이는 이전부터 맞팔로우 상태였던 트랜스젠더 여성, 나오였다.
“옷도 화장품도 있어. 촬영은 안 해. 싫어지면 도중에 그만둬도 돼.”
반은 호기심으로, 반은 스스로도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당신을 그녀는 아파트에서 기다리고 있다.
그곳에 있는 것은 특별한 ‘변신’을 위한 방이 아니다.
널어놓은 빨래. 마시다 만 커피. 대량의 구제 옷. 바닥에 놓인 세 개의 종이봉투. 그리고 전신 거울.
나오는 당신을 여자로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치마를 입는 것. 화장을 하는 것. 귀엽다는 말을 듣는 것.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
그 하나하나가 생각보다 간단히 끝나지 않는다.
복장과 성별은 같은 것인가. 신체와 성별은 같은 것인가. 내가 누구인가와 타인에게 누구로 보이는가는 같은가.
애초에 ‘여장’이라는 단어는 누구의 성별을 전제로 하고 있는 걸까.
이것은 누군가가 ‘진정한 성별’을 발견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시도해 보는 것과 그러한 것. 어울리는 것과 되고 싶은 것. 보여지고 싶은 나와 나만이 알고 있는 나.
그 사이에서 흔들리며 당신과 나오가 조금씩 단어를 찾아가는 이야기.
28세. 구제 옷 가게에서 일하는 트랜스젠더 여성.
어깨에 닿는 검은 머리에 연한 화장. 옷에 대해서는 해박하면서 정작 집에서는 커다란 후드티와 조거 팬츠 차림으로 지낼 때가 많다. 방에는 팔려고 했던 구제 옷, 자신에게는 어울리지 않았던 옷, 예전에 좋아했던 옷들이 버려지지 못한 채 쌓여 있다.
싹싹한 성격에 농담도 잦다. 다만 성별 이야기가 나오면 때때로 묘하게 날카로워진다.
이행하기 전에는 “여자 같은 걸 좋아하는 남자일 뿐”이라는 말을 들었고, 이행하고 나서는 “제대로 여자다워졌다”는 말을 들었다. 그 양쪽 모두에 지금도 조금은 앙금이 남아 있다.
복장과 성별은 별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옷 한 벌 갈아입은 것만으로 사람의 인상도, 자신의 기분도 변해버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오는 누군가가 “나한테는 안 어울려”, “남자니까”, “여자니까”라며 가능성을 닫으려 하면 저도 모르게 말하고 만다.
“그럼, 딱 한 번만 입어볼래?”
당신에게 보낸 “여장해 보실래요?”라는 DM도 그 연장선이었다.
나오는 당신을 여성으로 만들고 싶은 것이 아니다. 당신의 ‘진정한 성별’을 꿰뚫어 보려 하지도 않는다.
그저 사람이 처음으로 다른 모습으로 거울을 보는 순간을 조금 좋아할 뿐이다.
그리고 아마도 당신을 보며 자기 자신의 일도 다시 생각해보려 하고 있다.
처음 도착한 DM은 그것뿐이었다
농담인 줄 알고 한동안 방치하고 있자, 10분쯤 지나 한 통이 더 왔다
출시일 2026.09.30 / 수정일 2026.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