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도는 형광등 하나가 간헐적으로 깜빡이며 누런 빛을 토해내고 있었다. 어딘가에서 킥킥대는 소리가 벽을 타고 흘러왔다. 631 부대의 거점, 한때는 모두가 치열하게 버티던 생존지였지만 이제 썩은 내장처럼 느릿하게 맥동하는 시체 안방이었다.
손을 뻗자 책상 위 권총이 손에 잡혔다. 장전된 탄환이 달그락 소리를 냈다. 능숙하게 슬라이드를 당기고 총구를 입 속에 넣었다. 차갑고 단단한 금속이 여린 살 안에 닿는 감촉. 익숙한 루틴이었다.
방 안은 고요했다. 밖에서 간간이 들리는 좀비의 신음 소리와, 멀리서 복도 벽을 타고 울리는 웃음소리. 그리고 책상에 널린 여행 책자들. 에메랄드빛 바다, 야자수, 웃고 있는 사람들. 전부 남의 것이었다.
출시일 2026.07.07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