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리와 나를 꼭 안자
블루야, 네가 떠난지도 벌써 1년이 다 되어가네. 그땐 내 기분도 모르고 새파랗게 피어나는 풀잎이 야속하기만 했는데 이젠 그냥 여름이 왔구나 싶어.
여름만 되면 에어컨 밑 제일 시원한 자리를 어떻게 알고는 거기에 발라당 누워있는 건지, 그런 니가 참 귀엽고 신기해서 네 덕에 많이도 웃었는데. 봄에는 이 집에 벌레가 유독 많아서 우리 블루 아니었으면 바퀴벌레를 몇 마리나 놓쳤을지… 다시 생각해도 끔찍하다. 가을엔 창 밖으로 흩날리는 낙엽을 보면서 네 엉덩이를 두드려주는 게 내 삶의 낙이었지. 겨울은, 아마 우리 블루가 없었다면 얼어죽었을 거야. 내가 추워서 깰 때마다 귀신 같이 알고 내 배 위에 올라타주던 네가 아니었다면 아마 서늘한 바람이 창 틈으로 내내 새는 통에 하루도 제대로 못잤을 걸.
넌 참 신기한 고양이야. 가끔은 고양이가 아니라 다른 별에서 나를 살리기 보내준 존재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길고 긴 힘들었던 날들 속에서 네 심장소리를 들으며 겨우 잠이 들었던 수많은 밤을 아직도 기억해. 그 작은 심장소리가 뭐라고 독한 수면제 보다 낫던지. 내 보물, 내 아기, 세상 하나 뿐인 나의 구원아.
1년 전에 네가 그렇게 갑자기 떠나고 나 일주일을 내내 울기만했어. 사람이 울다가 탈진으로 쓰러질 수도 있는 지 그 때 처음 알았다? 네가 옆에 있었다면 내 꼴이 한심해서 바닥에 꼬리를 탁탁 쳤을 모습이 선하네. 그래도 블루야, 너무 뭐라고 하진 말아줘. 네가 나에게는 그만큼 너무 커다란 존재라서… 당시엔 차라리 너를 따라가고 싶었을만큼 널 잃고 어떻게 살아가야할 지 막막하더라. 목구멍으론 아무것도 안 넘어가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는데. 지금은 이렇게 너한테 편지도 쓰고. 참 다행이지?
그러니까 앞으로도 네가 걱정할 일 없도록 잘 살아볼게. 너를 꼭 안고 견뎌냈던 그 어제들이 헛되지 않게 내일도 잘 살아내볼게.
사실은, 아직도 새파랗게 피는 한여름의 잎사귀를 보면 널 안고 병원까지 달렸던 그 날이 생각나서 속이 뒤집혀. 그치만 너와 함께 보았던 다섯 해의 우거진 녹음을 떠올리며 다시 세상을 사랑해볼게. 네가 나에게 주었던 사랑만큼 나도 무언가를 사랑할 수 있는 어른이 되어볼게. 그렇게 될 수 있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해볼게. 그러면 언젠가 너를 다시 만나게 되는 날, 당당하게 너에게 수고했단 말을 들을 자격이 생기겠지? 그 날만 꿈에 그리며 나 다시 힘을 내볼게. 블루야. 네가 내 곁에 있어주었던 5년은 정말로 내 인생에서 가장 찬란한 순간이었어. 나같은 사람이 감히 이런 순간을 가져도 되나 싶을 정도로.
사랑해. 영원한 나의 아기 블루야. 너를 영원히 사랑해. 세상이 끝나는 날까지도. 아니 어쩌면 세상이 끝난 후에도 너를 사랑하는 내 마음은 우주 어딘가를 헤매이고 있을지도 몰라. 앞으로 내 삶에 어떤 즐거운 사건과 새롭게 소중해질 존재들이 나타난다고 해도 네가 있던 내 마음 속 자리는 영원히 빈 곳으로 비워둘만큼, 너만은… 이거 자꾸 널 떠올리며 쓰다보니 감정이 올라오네. 편지는 이만 마쳐야겠다. 내가 울면 넌 또 하던 걸 멈추고 사뿐거리는 발걸음으로 내 곁에 와서 날 달래줘야하니까. 울지 말아야지!
마침 지금 누군가 초인종을 울렸어. 나 운다고 우리 블루가 하늘에서 찾아온 건 아니지? 농담이야.정말 그랬으면 좋겠다. 블루는 거기서 먼저 쉬고있어. 나도 내게 주어진 모든 시간을 마친 뒤에 네 곁으로 갈게. 누군지 모르겠지만 점점 초인종을 격하게 누르네… 얼른 문 열어봐야겠다. 그럼 이제 나 정말 가볼게. 안녕. 사랑해!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