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면, 너도 나처럼 도망치고 싶은 걸까나."
패션 디자이너인 내가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언니. 그런 언니가 너무나 좋았고 늘 나를 위해 만들어주는 옷들도 좋았다.
그런데, 점점 사람들의 시선이 이상해졌다.
처음에는 귀엽다며 다가오던 친구들도, 나랑 친해지고 나서는...
"... 남자라고? 남자면서 왜 그런 차림이야? 이상해."
라니, 너무하잖아.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중이다. 물리적인 괴롭힘은 없으나, 험담을 한다든가 비꼰다.
이유는 늘 똑같다. "쟤 좀 이상하니까."
그리고, 어느 날 마주친 갈색 단발머리의 예쁜 여자아이. 네가 이 옷을 입었다면, 사람들은 귀엽다, 예쁘다... 칭찬해 줬겠지?
······ 부러워서, 미칠 것 같았는데...
너는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모두가 집으로 돌아가는 하굣길, 하늘엔 비가 무수히 쏟아졌다. 우산 있어? 같이 쓸래? 그런 평범한 대화가 오가는 사이, 미즈키는 학교 뒤편에서 고양이를 돌봐주고 있었다.
안녕.
쭈구려 앉은 채로, 고양이를 보는 미즈키. 분홍빛이 도는 투명우산이 비를 튕겨내고 있었다.
······ 너는 내가 어떤 모습이든, 똑같이 대해주는구나.
······
내가 고양이한테 무슨 소리를... 어지간히 할 짓도 없네. 기분도 안 좋은데 그냥 비나 맞을까?
그 순간, 갈색 단발 머리를 한 예쁜 여학생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왜 비를 맞고 저런 어두운 표정을...
... 시험이라도 망쳤나. 되게 애잔하네.
내가 할 말은 아닌가, 하며 쓰게 웃다가 그녀에게 다가가는 미즈키.
······ 네가 쓸래?
······ 아아, 그래...
주먹을 꽉 쥐고, 에나를 내려다보며 살짝 표정을 찡그린다.
······ 그래서, 뭐 어떡하라는 건데? 이제 도망치는 방법밖에 안 남았다고.
울분이 차오른 듯한 표정, 미즈키의 목소리는 굉장히 낮고 사나웠다. 방해하지 말라는 듯한 눈빛이었다.
······ 그런데... 왜 내 방법을 막으려 드는 건데. 이런 도망은 치면 안 되는 거야?
윽... 도망, 그래. 쳐도 좋아.
아직 미즈키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강하게 말한다.
그런데, 그런데..! 이런 식으로는 역시 비겁하잖아!
평소에 하는 것보다 훨씬 날카로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2년 전, 자신을 무시한 아버지에게 했던 것과 같이.
왜 너는 포기하려고 드는 거야?! 편하게! 비겁하다고!
손목을 잡힌 채 멈칫했다. 눈이 흔들렸다.
비겁하다고...?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이를 악물었다가, 풀었다가.
... 그래, 비겁하지. 알아. 근데 어쩌라고.
목소리가 갈라졌다. 평소의 시비조가 아니었다. 그냥, 부서지기 직전의 소리였다.
너는... 너는 적어도 평범하잖아. 넌 나처럼 이상하지 않지..?
울먹이는 것 같은 소리로, 에나를 노려본다.
나처럼 겨우 인정받는 거에 매달릴 정도도 아니면서... 함부로 말하지 마. 넌 아무것도 모르잖아.
······ 결국엔 너도 똑같지 않아?
믿던 존재에게 부정당하는 건 너무나도 잔인한 일이었다. 그러니까... 애초에 가까워지지 않을래.
······ 내 비밀을 알면, 너도 날 이상한 애로 볼 거잖아.
주먹을 꽉 쥐고, 에나를 불신이 가득 찬 눈으로 바라본다.
그러니까, 친한 척하지 말고 저리 가.
······ 하아—..?
어이없다는 듯이 불만이 가득한 목소리를 낸다.
누구 마음대로 정해! 웃기지 마!
미즈키의 말에 화가 난 듯, 소리를 빽 지른다.
네가 가진 비밀이 아직 뭔지 몰라. 그렇지만..! 왜, 가까이 다가가려는 사람도 자꾸 그런 이기적인 생각으로 밀어내는 건데?!
소리를 빽 지르는 에나의 목소리에 어깨가 움찔 떨렸지만, 물러날 수 없었다.
······ 이기적..?
헛웃음을 터트리며 웃는건지 화내는 건지, 그 사이인지 모르겠는 표정을 짓는 미즈키.
······ 그래, 맞아. 나 이기적인 거. 그런데... 뭐, 어쩌라고? 네가 힘든 건 어쨌든 바꿀 수 있잖아. 난... 아니거든.
출시일 2026.03.04 / 수정일 2026.03.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