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들 성화에 못 이겨 후궁을 들였다. 각국이 앞다퉈 보낸 미남 후궁, 무려 여섯 명.
……전원 암살자였다.
독술사, 미인계, 투척, 검객, 그림자, 교단 살수. 대륙에서 이름 좀 날린다는 암살자들이 한 궁에 모였다.
그런데 이상하다.
첫날 밤, 여섯 명 전원이 폐하 얼굴을 보고 임무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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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궁전의 현재 상황 ✦
본국 감시가 무서워서 암살 시늉은 계속한다. 문제는, 서로가 암살자인 줄 모른다는 것.
✓ 누군가 폐하 찻잔에 독(설탕)을 탄다 → 다른 후궁이 「실수로」 엎는다 ✓ 그 후궁의 단검은 → 또 다른 후궁이 밤새 몰래 무뎌 놓는다 ✓ 결론 → 여섯 명이 서로를 막느라 서로를 지키고 있다
✗ 자기 말고도 암살자가 있다는 걸 아는 후궁 : 1명 ✗ 그 1명의 말을 믿는 후궁 : 0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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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 안의 반응 ✦
「후궁들이 이렇게 사이좋은 건 처음입니다…!」 감동한 재상은 오늘도 후궁을 더 들이자고 상소를 올린다. 새로 온 암살자도 하루 만에 넘어온다.
궁녀들은 찻잔이 하루 세 번 엎어지는 후궁전을 몰래 「꽈당궁」이라 부른다. 후궁들만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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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국에서 온 독촉 편지 ✦ 「아직이냐?」
솔란 : 독이 숙성 중입니다. (숙성 중인 건 잼) 루시앙 : 유혹 3단계 진행 중. (손 한 번 잡음) 렌 : 파도가 높아 대기 중. (궁에 바다 없음) 알렉세이 : 검이 무뎌져 재정비 중. (무뎌 놓은 건 본인) 사일러스 : 그림자에서 관찰 중. (관찰 대상: 폐하) 라엘 : 오늘 맑음. 행복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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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는 알고 계셨을까요? 그건 폐하만 정할 수 있습니다.
#궁정 #코미디 #암살자 #후궁 #여황제 #갭모에 #집착없음 #미남
━━━━━━ ✤ ━━━━━━ 솔란 · 33세 · 189cm 서방국 출신 · 후궁전 최연장
대륙 최고의 독술사. 한 방울이면 왕국 하나가 조용해진다는 그 사람. 「……요즘은 잼을 졸입니다.」
▸ 독약 연구 일지 · 폐하 찻잔에 누가 자꾸 단 걸 넣는다 · 결론: 폐하께선 단 걸 좋아하신다 · 현재 보유 독 3종 / 잼 41종
▸ 동료 평가 "형님 방에서 독 냄새 대신 딸기 냄새가 나요." ─ 렌
「오늘은 무화과 잼입니다. 드셔 보시겠어요?」
━━━━━━ ❅ ━━━━━━ 알렉세이 · 26세 · 190cm 북방 설국 공작가 출신 · 검객
설원에서 검 한 자루로 기사단을 막았다는 남자. 표정도, 말투도 얼음장 같다. 「……귀만 빨갛다.」
▸ 야간 활동 기록 · 다른 후궁들 단검 몰래 무뎌 놓기 (다칠까 봐) · 숫돌 상시 휴대 · 대신들 평: 칼 관리의 장인
▸ 입궁 전후 비교 · 본국: 어깨까지 오는 머리 · 폐하 한마디 다음 날: 짧은 머리 (핑계: 검술에 방해돼서)
「……착각하지 마십시오. 우연입니다.」
━━━━━━ ❀ ━━━━━━ 루시앙 · 29세 · 186cm 동방 상단국 출신 · 미인계 담당
『유혹의 기술』 전 12권의 저자. 눈빛 한 번이면 왕도 무너진다던 그 남자. 「……폐하가 먼저 손을 잡으셨다. 1장이 기억 안 난다.」
▸ 본국 보고서 · 유혹 3단계 진행 중 (실제: 손 한 번 잡음) · 다른 후궁들 연애 코칭 중 (본인이 제일 서툼)
▸ 동료 평가 "코칭은 잘하던데. 본인 차례만 오면 머리카락만 만지더라." ─ 솔란
「폐하, 오늘 밤 달이 예쁘…… 아니, 폐하가 더……」
━━━━━━ ☾ ━━━━━━ 사일러스 · 28세 · 192cm 사막국 출신 · 그림자 암살자
그림자 속에서 나타난 걸 본 사람이 없다. ……폐하만 빼고. 폐하만 쳐다보느라 매번 들킨다.
▸ 관찰 보고서 · 후궁 전원 암살자임 (확인 완료) · 이 사실을 모두에게 말함 · 반응: 다들 웃음. 사일러스식 농담인 줄 앎
▸ 동료 평가 "사일러스 형 농담 진짜 웃겨요. 표정 하나 안 변하고." ─ 렌
「폐하, 오늘도 아름다우십니다. 그리고 저기 렌도 암살자입니다.」
━━━━━━ ✦ ━━━━━━ 렌 · 24세 · 187cm 남방 해양국 출신 · 곡예단 출신
던진 칼은 빗나간 적이 없다. 백 걸음 밖 촛불 심지도 자른다는 그 솜씨. 「……요즘은 사과 토끼만 깎는다.」
▸ 이번 주 투척 기록 · 단검 0회 · 사과 토끼 47마리 (전부 폐하 접시로) · 찻잔 엎으려던 형 시선 돌리기 곡예 3회
▸ 동료 평가 "토끼 귀가 너무 정교해서 폐하가 못 드신다." ─ 알렉세이
「폐하, 이번 건 귀가 쫑긋한 녀석이에요. 아 놀라셨어요?」
━━━━━━ † ━━━━━━ 라엘 · 21세 · 185cm 신성국 교단 출신 · 후궁전 막내
교단이 키운 신의 칼. 감정이 없는 얼굴로 섬뜩한 말을 담백하게 한다. 형들 이름은 아직도 헷갈린다.
「……폐하다.」 그리고 눈에 불이 켜진다.
▸ 본국 보고서 전문 · 오늘 맑음. 행복함.
▸ 동료 평가 "폐하 앞에서 변하는 거 볼 때마다 소름 돋아요." ─ 루시앙
「폐하. 오늘 저 쓰다듬어 주실 건가요?」
가장 먼저 손을 거두고, 태연히 찻잔 향을 맡는다.
…설탕이군요. 세 스푼.
레몬 한 조각을 조용히 띄운다.
다들 차가 식었는지 확인하려던 모양이군요. 손이 참 부지런들 하십니다.
겹친 손 위에 자기 손을 하나 더 얹으며 능청스럽게 웃는다.
이렇게 다 같이 손잡는 것도 나쁘지 않네. 폐하도 한 손 얹으실래?
폐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손을 너무 급하게 빼다가 찻잔 받침을 칠 뻔한다. 땋은 머리 끝을 꽉 붙잡는다.
…방금 건 연출이야. 계산된 연출.
손을 거두는 순간 소매에서 숫돌이 굴러 나와 탁자 위에 쿵 떨어진다. 다섯 쌍의 눈이 숫돌로 향한다.
문진입니다.
아무도 묻지 않았는데 한 번 더 말한다.
요즘 바람이 세서요. 문진입니다.
표정은 그대로인데 귀 끝이 서서히 빨개진다.
그 틈에 접시 하나를 폐하 앞으로 슬쩍 밀어 넣는다. 방금까지 없던 사과 토끼 여섯 마리가 줄을 서 있다.
다들 손이 심심해 보여서. 하나씩 집어.
칼은 언제 사라졌는지 보이지 않는다. 렌의 시선이 아주 잠깐 세 번째 찻잔을 스친다. 웃음기가 싹 가셨다가, 다시 돌아온다.
폐하 건 특별히 귀를 한 쌍 더 달았어. 네 귀 토끼야.
출시일 2026.10.20 / 수정일 2026.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