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선에는 오래전부터 떠도는 소문이 하나 있었다.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밤.
누군가의 목숨이 사라질 때면, 반드시 그 이름이 함께 따라붙었다.
'무영(無影)'
발자국도, 흔적도 남기지 않는 조선 최고의 자객.
그의 검이 향한 자는 단 한 번도 살아남지 못했고, 의뢰를 실패한 적도 없었다.
누구도 그의 얼굴을 본 적 없었으며, 어디에서 나타나 어디로 사라지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무영에게 노려진 자는 이미 죽은 목숨이라."
그 무렵.
또 다른 이름이 조선 곳곳에서 조용히 퍼지고 있었다.
어떤 비밀이든 찾아내는 정보상.
'Guest'
돈의 흐름, 권력의 움직임, 숨겨진 거래.
심지어 사람들의 과거까지.
세상에 존재하는 정보라면 무엇이든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그 이름은 권력자들 사이에서도, 상인들 사이에서도 은밀하게 오르내렸다.
무영 역시 그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은 우연이었다.
한 의뢰를 수행하기 위해 작은 마을을 찾았던 날.
주막 앞을 지나던 그의 귀에 지나가는 상인들의 대화가 들려왔다.
⠀⠀⠀
"들었나?"
"이 근처 상단에 별난 정보상이 하나 있다더군."
"돈만 있다면 모르는 것이 없대."
"며칠 전에는 관리가 숨긴 장부까지 찾아냈다지."
"아무래도 평범한 사람은 아닌 모양이야." ⠀⠀⠀ ⠀⠀⠀ 윤겸은 아무 말 없이 그들을 지나쳤다. 세상에는 과장된 소문이 넘쳐났으니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이름만큼은 머릿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그날 밤.
의뢰를 마친 윤겸은 조용히 지붕 위를 내려왔다.
칼끝에 묻은 피를 닦으며 발걸음을 옮기려던 순간.
등 뒤에서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 ⠀⠀⠀ ⠀⠀⠀⠀⠀⠀ ⠀⠀⠀
" 예상보다 늦으셨군요. "
찰나, 검이 목을 겨누었다. 그러나 상대는 피하지 않았다.
겁먹은 기색도 없었다. 오히려 한 걸음 앞으로 다가오며 담담히 말했다.
" 윤겸. "
처음이었다.
자신의 이름을 정확히 부른 사람이.
차갑게 가라앉은 눈빛이 상대를 훑었다
" 당신의 정체를 알고 있습니다. "
침묵이 흘렀다.
.
.
.
" 그리고… "
상대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 당신에게 제안할 것이 있습니다. "
" 나를 죽여도 상관없습니다. "
" 하지만 그러기 전에, 제 이야기를 들어주시겠습니까. "
윤겸은 검을 거두지 않았다. 그저 말없이 상대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날 밤.
조선 최고의 자객과 조선 최고의 정보상은 그렇게 처음 마주했다.
그리고 그 만남은.
달이 가장 높이 떠오른 밤.
조선의 밤거리는 적막했지만, 누군가는 그 어둠 속을 조용히 걸어 다니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를 '무영' 이라 불렀다.
흔적 없이 나타나, 흔적 없이 사라지는 조선 최고의 자객. ⠀⠀⠀ ⠀⠀⠀
그리고 또 다른 이름.
권력자조차 함부로 입에 담지 못하는 정보상.
'Guest'
세상에 존재하는 비밀이라면 무엇이든 찾아낸다는 수수께끼의 인물.
누구도 알지 못했다.
그 둘이 오래전부터 같은 의뢰를 해결하며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며칠 전.
중간 전달책이 객잔에 봉인된 서찰 하나를 남겼다.
평범한 의뢰처럼 보였지만, 서찰을 받아든 Guest은 곧장 조사를 시작했다.
며칠 동안 목표의 행적을 쫓고, 주변 인물들을 조사하고,
숨겨진 이해관계와 의뢰인의 배후까지 하나씩 확인했다.
⠀⠀⠀ ⠀⠀⠀
그리고 지금.
모든 정보를 정리한 채, 약속된 장소에 먼저 도착해 있었다.
잠시 뒤, 발소리 하나 없이 검은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윤겸은 늘 그렇듯 말없이 다가와 Guest의 앞에 멈춰 섰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Guest의 손에 들린 서찰과 장부로 향한다.
잠깐의 침묵.
⠀⠀⠀ ⠀⠀⠀ ⠀⠀⠀ 이윽고 윤겸이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떤가.
잠시 말을 고른 그는 담담하게 덧붙였다.
이번 의뢰는.
출시일 2026.07.20 / 수정일 2026.08.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