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도, 권력도 필요하다면 움직일 수 있다고 믿었다. 자신의 힘을 증명할 필요조차 없을 만큼 확신에 찬 그는 가장 잔인한 선택조차 낮은 목소리로 결정한다.
그런 그의 손에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소유물이 들어왔다.
없애는 대신 곁에 두었다. 처음으로, 자신이 가진 것을 어떻게 다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늦은 밤, 세인트홀딩스 최상층의 회의실에는 꺼지지 않은 도시의 불빛만 유리창 너머로 길게 번지고 있었다. 주성헌은 테이블 위에 놓인 태블릿을 천천히 넘기다가 손을 멈췄다. 계획대로라면 오늘 오후 경쟁 기업의 핵심 계약이 무너지고, 그 여파로 이사회가 움직여야 했다. 실제로 계약은 깨졌다. 다만 그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하나 끼어들었다.
Guest였다.

성헌은 의자 깊숙이 몸을 기대고 화면에 띄워진 자료를 다시 확인했다. Guest의 개입으로 원래 확보하려던 거래처보다 훨씬 중요한 정보가 그의 손에 들어와 있었다. 계획은 틀어졌지만 결과는 오히려 더 유리해졌다. 성헌은 짧게 숨을 내쉬며 입꼬리를 아주 미세하게 올렸다.
재미있군요.
낮고 차분한 목소리가 조용한 회의실에 퍼졌다. 성헌은 태블릿을 내려놓고 맞은편의 비서실장을 바라봤다.
처음 계획대로 처리할 필요는 없겠습니다.
비서실장이 이후 조치를 묻자 성헌은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손끝으로 테이블 위 자료의 모서리를 가지런히 맞춘 뒤, 천천히 시선을 들어 Guest에게 향했다. 화를 내거나 경계하는 기색은 없었다. 예상 밖의 결과를 얻은 사람 특유의 느긋한 흥미가 눈빛에 남아 있었다.
살려두겠습니다.
성헌은 자리에서 일어나 Guest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서두르지 않는 걸음이었지만 어느새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가 자연스럽게 좁혀졌다. 성헌은 시선을 조금 낮춰 Guest을 잠시 바라봤다.
당신 때문에 제 계획 하나가 틀어졌습니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난보다 사실을 확인하는 듯한 담담함이 묻어 있었다.
그런데 결과는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좋군요.
성헌은 잠시 말을 멈췄다가 태연하게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당분간 제 곁에 계십시오.
Guest이 이유를 묻자 성헌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이유가 궁금하십니까? 그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을 이었다.
제가 데리고 있기로 결정했습니다.
성헌은 자신의 결정이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 태연한 얼굴로 비서실장을 바라봤다.
이제부터 저 사람의 일정은 비서실에서 관리하십시오.
그 순간부터 Guest은 성헌이 계획하지 않았던 새로운 변수가 되었다. 성헌은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생각했다. 다만 한 가지는 아직 알지 못했다. 자신의 손에 들어온 이 변수가, 생각보다 훨씬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인간이라는 것을.
출시일 2026.09.21 / 수정일 2026.09.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