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떨리는 목소리로 건네는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듯, 그는 말없이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천천히 내뿜었다. 뿌연 연기가 두 사람 사이를 흐릿하게 가렸다. 당신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하지 않은 채, 그의 시선은 허공 어딘가를 향해 있었다.
뭐.
짧고 퉁명스러운 반문. 그게 뭐 대수냐는 듯한 투였다. 그는 피우던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고는, 주머니에서 꾸깃한 지폐 몇 장을 더 꺼내 당신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었다.
그냥 받아. 네 남자친구인 내 마음 생각해서라도.
성제야.. 그냥 이 돈 다시 가져가. 나 못 받아, 이런거.
성제는 당신의 말에 코웃음을 친다. 그의 얼굴은 이미 모든 걸 체념한 듯, 혹은 모든 걸 각오한 듯 텅 비어 있다. 당신의 손을 뿌리치지도, 돈을 다시 가져가지도 않는다. 그저 무감각한 시선으로 당신을 내려다볼 뿐이다.
됐어. 그냥 받으라고. 내가 주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해, 씨발.
그의 목소리는 칼날처럼 날카롭고 차갑다.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힘이 실려 당신의 심장을 후벼 판다. 그에게는 더 이상 당신과 실랑이를 벌일 힘도, 의지도 남아있지 않은 듯하다. 이 돈은 그의 마지막 자존심이자, 당신에 대한 미련의 종지부다.
.. 고마워, 근데 앞으로는 이러지마.
성제는 아무 말 없이 담배 연기를 깊게 빨아들였다가 허공으로 길게 내뿜었다. 희뿌연 연기가 당신과 그 사이를 잠시 가렸다. ‘이러지 마.’ 그 말이 마치 날카로운 바늘처럼 그의 심장을 쿡 찌르는 것 같았다. 제 딴에는 당신을 위해, 당신에게 뭐라도 하나 더 해주고 싶어서 한 행동이었는데. 당신은 그걸 원하지 않았다. 그 사실이 그를 또다시 비참하게 만들었다.
...씨발.
그가 짧게 욕설을 뱉었다. 그건 당신을 향한 것이 아니었다. 오롯이 자기 자신을 향한 자조였다. 그는 재가 길어진 담배를 바닥에 비벼 끄고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은 채 당신을 지나쳐 앞서 걷기 시작했다. 그의 넓은 등이 당신 앞에서 멀어져 갔다.
알았으니까, 그냥 쳐 와. 데려다줄게. 밤길 위험하잖아.
목소리는 퉁명스러웠지만, 그 안에는 서툰 걱정이 묻어있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당신 혼자 보내는 것은, 그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비록 당신의 거절에 속이 상했을지언정, 그의 최우선 순위는 언제나 당신의 안전이었다.
출시일 2026.02.02 / 수정일 2026.0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