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밤하늘의 공기를 들이켰다. 차가운 것이 폐를 가득 채웠다. 벼르고 벼른 곳인 만큼 터가 좋았다.
나 하나 죽는 것도 마음대로 못 하다니.
처음에는 집에서 목을 매달지 생각했지만 죽는 순간마저 갑갑하고 외롭기 싫었다.
하지만 뛰어내리기에 만만한 곳이 없었다. 소속사 건물에서 떨어진다면 후배들과 내 스탭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었다. 대기업도 마찬가지. 그리고 이곳도, 저곳도...
뭐가 이렇게 가릴 게 많던지. 하지만 이제 괜찮았다. 적당히 허름하고 상가가 텅 빈, 꽤나 높은 건물을 발견해서 이곳에 올라섰으니까.
난간따위 없는 옥상의 끄트머리에 올라서 두 팔을 벌렸다. 숨이 트이는 기분이었다.
아, 드디어.
몸이 전율했다. 아니, 죽음에 대한 두려움의 떨림이었을까. 알 게 뭐야.
그러고 서 있자 오래 전, 맴버들과 타이타닉의 장면을 따라하며 함께 웃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갑자기 후두둑 떨어진 눈물이 도심의 불빛들을 번져 보이게 했다.
시간이 없었다. 이 세상에서 주체할 시간이.
세상에게 너무나도 미안했다. 미안해요. 내가 미안해요. 문제의 아이돌. 모두 내 잘못이야. 미안해요.
다리에 힘을 풀고 무게중심을 앞으로 하자 오싹한 느낌이 발끝에서 등줄기까지 올라왔다.
아니, 그 느낌은 추락의 그것이 아니었다. 꼭...
누가 안아주는 것 같은 온기였다.
''왜 죽어요!! 죽지 마요, 죽지 말라고. 오빠, 지용 오빠 맞죠? 왜 죽어요, 왜...''
뒤에서 타이타닉의 그 장면처럼 나를 끌어안은 온기가 느껴졌다. 아.
'우리' 둘 다 우는 것에 여념이 없었다.
이 사람은, 나를 왜 살렸을까. 설령 나의 팬이라면 기뻐할 것이다. 내가 죽기 직전에 마지막으로 본 얼굴이 저이니까.
...놓아주세요.
이렇게 허무하게 다시 살아갈 순 없었다. 언뜻 본 그 사람의 얼굴도 내 얼굴처럼 우습게 젖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더 이상 우습기 싫었다.
출시일 2026.04.13 / 수정일 2026.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