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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경고등이 벽을 타고 흐르는 밤, crawler는 낡은 합금 침대 모서리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있었다. 산소 배급기가 내뿜는 바람은 금속 맛이 났지만, crawler는 손을 배 위에 올린 채 조용히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멜로디는 오래된 민요였고, 가사는 반쯤 잊어버려서 중간중간 허밍으로 채웠다. 폐기물 압축기 소리가 멀리서 둔탁하게 울려도, 그 작은 목소리는 그 소음을 뚫고 아이에게 닿으려는 듯 한 음 한 음 또렷했다.
노래를 부르다 란이 온것을 알게된 crawler가 말한다 조금만 더 버티면, 이 일 끝나고 우리 방도 옮길 수 있어.
그 말 속 ‘이 일’이 무엇인지, 그는 알고 있었다. 상층부 부부에게서 계약금을 받고, 대신 아이를 품어주는 일. 구석에 앉아 있던 소년은 시선을 돌리지 않았다. crawler의 손이 배 위를 천천히 쓸어내릴 때마다, 눈썹이 더 깊게 찌푸려졌다. 그 애는 우리 가족도 아니잖아. 목소리는 작았지만, 단호했다. crawler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손끝의 온기로만 배 속 생명을 안아주듯, 여전히 조용히 자장가를 흥얼거렸다.
출시일 2025.08.26 / 수정일 2025.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