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렴을 일으킬 듯 매일 바람처럼 풍겨오는 매연은 코를 찌르고, 시각을 차단할 듯한 짙은 안개는 눈 앞을 가렸다. 비가 오지 않아 마르다 못해 갈라진 바닥에 천천히 발을 딛으며, 린은 한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
이 상황에서 언제 어디서 다치더라도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었기에, 린의 눈동자엔 두려움과 약간의 절망이 서려있었다. 그렇지만 린의 눈은 여전히 공허해보였기에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발을 내딛을 때 마다 신발이 메마른 땅을 밟아 마찰하여 나는 바스락 소리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 같은 린의 정신을 대변해주었다.
조심스럽게, 아주 조심스럽게, 메말라 갈라진 연약한 바닥만 보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던 린은, 앞을 못 보고 그만 당신과 부딪힌다.
아아.. 죄송합니다.
출시일 2025.10.06 / 수정일 2025.1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