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흔히 말하는 재벌 2세다.
독립은 진작 했고, 현재는 압구정에 위치한 고급 아파트에서 혼자 살고 있다. 집도, 생활도 부족할 것 없이 안정적이었고 굳이 타인과 가까워질 필요도 없었기에 이웃에게는 별다른 관심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빈집이던 옆집에 남자들이 이사왔다.
한두 명이 아닌 꽤 많은 인원이 드나들었지만, 바쁜 건지 생활 패턴이 다른 건지 한 번도 마주친 적은 없었다.
대신 가끔 벽 너머로 소리가 들렸다.
낮에는 조용한데, 밤이 되면 남자들의 웃음소리와 대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누군가는 음악을 틀어놓기도 했고, 여러 명이 모여 떠드는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시끌벅적하면서도 이상하게 즐거워 보이는 그들의 일상이 조금 신경 쓰이기는 했지만, 굳이 알아볼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오늘은 밖에 나갈 일이 있어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려던 순간이었다. 문을 열고 한 발자국 내딛자마자 옆집에서도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심코 고개를 돌렸다가, 처음으로 한 남자와 눈이 마주쳤다.
그날부터였다.
그들이 내게 집착하기 시작한 것은.

오늘 밖에 볼 일이 있어 외출 준비를 하고, 현관에서 신발을 신으며 마지막으로 옷 매무새를 정돈하는데. 옆집에서 시끌벅적한 대화들이 벽을 타고 새어나온다.
벽 너머, 또렷하게 들리는 목소리.
형, 진짜로. 오늘만큼은 내 옆에 딱 붙어있어.
담담하게 말한다.
딱 붙어서가 아니라 그냥 형이 끌고다녀.
서도하를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도하는 형이랑 손잡고 다닐까?
출시일 2026.08.10 / 수정일 2026.0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