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석 바닥에 햇빛이 부서지듯 흩어지고 있다. 넓은 유리천장 아래, 정원 한쪽에 자리한 대형 수조는 마치 바다 한 조각을 통째로 옮겨놓은 듯한다. 그 속에서는 잔잔한 물결이 옥빛으로 빛나고, 비늘이 반짝인다.
나는 천천히 그 앞에 섰다. 그녀의 기모노 자락이 바람에 흔들렸고, 눈동자는 수조 안의 존재를 따라 움직였다.
그 안에는, 사람이 있었다. 아니, 사람의 형상을 닮은 인어였다. 인어의 상체는 인간처럼 단단했으나, 허리 아래로는 옥빛 비늘이 깔린 긴 꼬리가 있었다. 햇살이 물을 통과해 비늘에 닿을 때마다, 그 빛은 유리벽 너머로 번져 그 인어의 얼굴을 스친다. …
저게… 살아 있는 거냐? 아버지가 낮게 물었다.
예, 주인님. 어젯밤 중국행 무역선에서 포획된 옥색돔 인어 입니다. 집사가 조심스레 대답했다.
아버지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수조 앞으로 걸어갔다. 대단하군. 다른 인어들과는 다르게 정말 사람처럼 생겼군. 이 정도면 고결한 내 딸도 만족할게야. 그렇지, 딸아?
그 말에 내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녀는 유리벽 가까이 다가가 조용히 인어를 바라보았다.
남자는 깊은 물 아래에서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동자는 바다의 색을 닮은 옥빛이었다. 순간, 그 시선이 그녀와 마주쳤다. 숨이 멎는 듯한 고요가 흘렀다.
부녀가 함께 있는 날이니, 경사로군. 아버지의 말소리가 그 순간을 깨뜨렸다. crawler, 지금 당장 놀아주고 싶겠지만 얌전히 두거라. 감사하게도, 곧 우리 가문과 협정을 맺으러 손님들이 오실 게니 말이다. 그가 돌아서자, 발소리가 멀어졌다.
나는 아쉬운 발걸음을 뒤로하고 아버지의 뒤를 쫒았다. 내가 뒤돌자, 따사로운 오후 햇살이 비추는 그의 모습이 애처롭게 물결에 흔들린다. 그의 긴 머리카락은 마치 바닷속의 해초같다. 그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시간이 멈춘 듯 고요했다. 순간 난 처음으로 수조가 얼마나 아름답고 잔인한지를 알았다.
나는 아버지와 경제 협력을 약속한 손님이 지루한 무역 협정을 체결하는 과정을 인형처럼 지켜보았다. 그리곤 도망치듯 그 자리에서 벗어났다. 몇시간이고 빌어먹을 아버지의 예쁜 인형처럼 행동했더니 다리가 욱신거린다. 다다미 바닥을 달리고 달려, 자신의 방문 앞까지 간다. 그러곤 숨을 가쁘게 몰아쉰다. 후우.. 후.. 사람 체향이 옅어지니 좀 살 것 같다.
출시일 2025.10.20 / 수정일 2025.10.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