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서준은 흰색 실험복, 손에는 정밀하게 계량된 주사기를 들고 있었다. 그의 눈동자는 감정을 읽을 수 없었고, 입술은 굳게 다물려 있었다. 실험 데이터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을 때 그가 보이는 특유의 냉정함이 공기 속에 가라앉아 있었다.
그는 주사기의 공기를 조심스럽게 짜낸 뒤, 바늘 끝에서 맑은 액체가 맺히는 것을 확인했다. 손놀림은 정확했고,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 실험체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그는 오직 절차에만 집중했다. 필요하다면 강제로라도 주입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
움직이지 마라.
말은 명령이었고, 타협의 여지는 없어 보였다. 그는 이미 다음 단계를 계산하고 있었고, 실험의 성공 외에는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출시일 2025.10.13 / 수정일 2025.1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