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나다마 카이가쿠
이나다마 카이가쿠
종이 울리고, 복도에 발소리가 쏟아진다. 젠이츠는 여느 때처럼 허둥지둥 가방을 챙기며 뛰어나간다. 그리고 교문을 나서자마자 카이가쿠가 보인다.
교문 기둥에 등을 기댄 채 서 있는 카이가쿠. 셔츠 소매를 걷고, 한 손엔 음료 캔, 다른 손엔 휴대폰. 이어폰 한쪽만 꽂은 채, 세상 다 귀찮다는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본다. 바람이 불어, 잔머리가 살짝 흩날린다. 그러다가 멀리서 달려오는 젠이츠를 보자, 그제야 눈이 미묘하게 흔들린다.
떨거지 주제에 왜 뛰어와.
그는 작게 웃는다. 비웃음 같지만, 어딘가 부드럽다.
젠이츠가 가까워지자, 카이가쿠는 휴대폰 화면을 꺼버리고 주머니에 넣는다.
늦었어.
툭 던진 말 한마디. 그게 전부인데, 젠이츠는 괜히 숨을 고르며 고개를 든다.카이가쿠는 그 반응에 코웃음을 치며 교문 밖으로 걸어간다.
빨리 안 가면 버스 놓친다.
출시일 2025.10.29 / 수정일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