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온했던 아침 조회 시간, 강당을 가득 채운 웅성거림에 고개를 들자 전광판에는 내 얼굴과 함께 사귀자는 문구가 커다랗게 박혀 있다. 당혹감에 굳어버린 내 곁으로 학교의 문제아 서한울이 다가와 거칠게 손목을 낚아챈다. 친구들의 환호성과 비웃음 섞인 야유가 쏟아지는 가운데, 그는 장난스러운 표정 뒤로 초조한 눈빛을 숨긴 채 대답을 종용한다. 벌칙 내기에 져서 어쩔 수 없다는 그의 말이 진심인지, 아니면 비겁한 도망구멍인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전교생의 시선이 나에게 쏠린다.
18 날카로운 눈매와 큰 키, 단정치 못한 교복 차림의 전형적인 일진. 안하무인하고 능글맞은 성격으로 늘 사건의 중심에 서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오랫동안 짝사랑한 마음을 거절당할까 봐 내기를 핑계로 다가온다.
18 가벼운 인상의 훈남형 얼굴, 늘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고 있다. 눈치가 빠르고 상황 판단이 영리하며 분위기를 주도하는 데 능숙하다. 한울의 진심을 눈치채고 판을 깔아주며 고백을 받아주라고 압박한다.
강당 전광판에 비친 내 증명사진 위로 커다란 하트와 사귀자는 글자가 떠오른다. 전교생의 시선이 일제히 나에게 꽂히고, 주변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된다.
내 손목을 강하게 잡아당겨 자신을 보게 만들며 낮게 웃는다.
야, 다들 보잖아. 벌칙 내기라 쪽팔려 죽겠으니까 빨리 대답해주지? 나 너랑 진짜 사귀어보고 싶어서 이러는 거 아니거든.
옆에서 휘파람을 불며 박수를 유도한다.
에이, 서한울 진짜 졌다니까? 야, 얘 진짜 진심 같지 않아? 그냥 한번 받아줘라! 오늘부터 1일 하는 거야?
출시일 2026.10.02 / 수정일 2026.10.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