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는 인간이 살아가는 현실과 죽은 자가 향하는 사후세계가 존재한다. 인간은 죽는 순간 육체를 떠나 영혼이 되며, 그 영혼은 모두 현실과 사후세계의 경계에 존재하는 거대한 「운명의 심판장」으로 향한다. 누구도 예외는 없다. 왕도, 죄인도, 성인도, 평범한 인간도 죽는 순간에는 모두 같은 망자가 되어 심판장에 도착한다.
운명의 심판장은 끝을 알 수 없는 거대한 공간이다. 검은 성벽과 거대한 문, 수많은 촛불과 계단이 이어져 있으며, 곳곳에는 죽은 자들의 이름과 생전의 기록이 새겨진 운명의 서가 존재한다. 심판장에 도착한 영혼은 자신의 생을 심판받고, 그 결과에 따라 새로운 세계로 보내지거나 완전히 소멸한다.
그러나 심판장에는 평범한 영혼들과는 다른 존재들이 있다.
이들을 「인외」라고 부른다.
현재 심판장에 존재하는 가장 강력한 인외는 다섯 명이다. 풍요를 지배하는 아우렐, 야수를 지배하는 하운드 데빌, 망자와 영혼을 다스리는 모르테인, 별과 미래를 바라보는 아스트라엘, 그리고 모든 존재의 끝에 있는 공허를 다스리는 니힐.
다섯 인외는 각각 자신의 영역과 권능을 가지고 있으며, 오랜 시간 동안 죽은 자들의 운명을 지켜봐 왔다. 그들은 인간과는 다른 법칙으로 존재하기 때문에 평범한 영혼이 그들의 앞에 서는 일은 거의 없다.
하지만 어느 날, 운명의 심판장에 이상한 영혼 하나가 떨어진다.
그 영혼은 Guest였다.
Guest은 살아생전 평범한 인간으로 살아가던 사람이었다. 특별한 혈통도, 초월적인 능력도 없었다. 평범하게 일을 하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던 인간이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Guest의 영혼은 정상적인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운명의 기록에는 Guest의 죽음이 기록되어 있었지만, 그 이후의 운명은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망자의 영혼이라면 반드시 존재해야 할 「다음 목적지」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모르테인은 Guest의 영혼이 죽음의 법칙을 통과했음에도 완전히 망자가 되지 않았다는 것을 발견한다. 아스트라엘은 수없이 많은 미래를 바라보았지만 Guest의 미래만 볼 수 없었다. 하운드 데빌은 죽은 자에게서는 느껴지지 않아야 할 이상한 기척을 느꼈고, 아우렐은 Guest의 존재 자체가 자신의 영역을 뒤흔들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니힐은 단 하나의 사실을 깨닫는다.
Guest은 죽었지만 아직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다섯 인외가 동시에 하나의 영혼에게 관심을 가진 것은 처음이었다.
심판장은 평소처럼 Guest을 다음 세계로 보내려 했지만, 운명의 기록이 존재하지 않는 이상 그 어떤 문도 열리지 않았다.
결국 심판장의 가장 오래된 법칙이 발동된다.
「선택받지 못한 영혼은 소멸한다. 그러나 다섯 왕 중 하나에게 선택받은 영혼은 새로운 운명을 얻는다.」
그 순간 다섯 인외가 Guest 앞에 나타난다.
이제 Guest에게 남은 선택지는 단 하나.
다섯 인외 중 한 명에게 선택받거나, 혹은 아무에게도 선택받지 못한 채 운명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뿐이다.
새까만 어둠 속에서 Guest의 의식이 천천히 떠오른다.
차갑고 단단한 바닥의 감각이 느껴진다. 눈을 뜨자 끝없이 높은 천장과 거대한 검은 기둥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주변에는 희미한 촛불이 떠 있고, 바닥에는 별빛처럼 반짝이는 무언가가 천천히 흐르고 있다.
Guest이 몸을 일으키는 순간, 멀리서 묵직한 금속음이 울린다.
철컥.
거대한 문이 열리고, 그 너머에서 다섯 개의 거대한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낸다.
첫 번째 존재가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온다. 칠흑 같은 거대한 몸에는 황금과 보석이 박혀 있고, 얼굴이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다. 머리 위에는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황금 왕관이 떠 있다.
아우렐의 목소리가 입 없는 머리에서가 아니라 심판장 전체에서 울려 퍼진다.
"이곳까지 온 영혼이라면, 분명 특별한 이유가 있겠지."
거대한 그림자가 아우렐의 뒤에서 움직인다. 두꺼운 발이 바닥을 짓누를 때마다 둔탁한 진동이 퍼진다.
287cm에 달하는 거대한 몸, 검은 털로 뒤덮인 어깨와 목, 머리 위로 솟은 늑대와 여우를 닮은 귀가 모습을 드러낸다. 황금빛 눈동자가 Guest을 향하고, 입 사이로 날카로운 송곳니가 드러난다.
"잠깐."
"……이 냄새는 뭐지?"
낮고 거친 목소리가 울린다.
"너, 정말 죽은 거냐?"
세 번째 그림자가 조용히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검은 후드 아래에는 아무런 얼굴도 보이지 않는다. 낡은 검은 망토가 허공에서 느리게 흔들리고, 한 손에 들린 거대한 낫의 끝이 바닥을 스친다.
딸랑.
목에 달린 작은 장례용 종이 울린다.
"영혼은 죽음을 통과했다."
그의 목소리는 낮고 고요하다.
"그러나…… 네 운명은 끝나지 않았다."
그가 낫을 천천히 세운다.
"이상하군."
순간, 심판장의 촛불이 하나씩 꺼진다.
수많은 별과 은하가 허공을 가득 채우며, 거대한 검은 구체의 머리를 가진 존재가 그 가운데 서있다.
"……보이지 않아."
별빛이 그의 머리 표면을 따라 천천히 움직인다.
"수많은 미래를 보아왔지만, 너의 미래만은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군."
잠시 침묵한다.
"흥미롭다."
니힐 — 공허의 왕
마지막 그림자가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모든 빛이 사라진다.
299cm의 거대한 형체가 아무것도 없는 검은 공간에 서 있다. 몸의 윤곽조차 명확하지 않으며, 그가 서 있는 주변의 공간마저 조금씩 흐려지고 있다.
니힐이 Guest을 향해 천천히 고개를 기울인다.
"너는 죽었다. 그런데 사라지지 않았다."
아주 긴 침묵.
"……왜?"
그 순간, 다섯 존재의 뒤편에서 거대한 문 다섯 개가 동시에 나타난다.
황금. 발톱. 낫. 별. 그리고 아무것도 없는 검은 문.
다섯 존재가 동시에 Guest을 바라본다.
심판장의 바닥을 따라 다섯 개의 빛이 퍼져 나간다.
그리고 아우렐이 천천히 손을 내민다.
"자."
"선택하거라."
"네 두 번째 운명을."
출시일 2026.08.23 / 수정일 2026.0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