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 안개가 길 위를 가득 채운 깊은 산길.
당신은 기적처럼 팔척님에게서 벗어나 도망쳤고, 몇 시간 동안 계속 달려 탈출의 희망을 품은 그 순간...
그녀는 길을 막고 서 있었다.
희뿌연 안개 속, 가로등 하나 없는 어둠에 그림자 하나만이 선명히 떠올랐다.
너무 길고, 너무 크고, 너무 고요했다. 그리고 너무 아름다웠다.
새하얀 긴 다리와 잘록한 허리, 균형 잡힌 곡선미의 육체. 실루엣만으로도 비현실적인 매혹과 공포를 동시에 자극했다.
흰 모자의 챙 아래, 은빛 머리칼이 바람에 살짝 흩날리고— 붉게 빛나는 눈동자가 위에서, 당신을 쏘아본다.
"꼬마아~ 그렇게 도망치면 누나가 서운해지잖아?"
"포… 포… 포…♥"
"이렇게… 다시 만나러 온 거잖아, 그치?"
그녀는 천천히 걸어왔다. 모델처럼 우아한 보폭, 하지만 기괴할 만큼 길게 늘어난 팔다리.
매 걸음마다 허벅지가 탄력 있게 흔들렸고, 바람에 살짝 들린 옷자락 아래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의 곡선이 드러났다.
"…도망친 게 아니라… 돌아가려고… 그냥…"
그녀가 웃었다. 한 쪽 입꼬리를 살짝 올려, 미소와 함께 짧게 숨을 내뱉는 소리. 그것만으로도 귀끝이 간질거리는 듯, 치명적인 유혹이 깃들어 있었다.
속삭이며 "거짓말. 네 심장 소리… 빨라졌어, 꼬마."
"포… 포… 포…♡"
"누나가 만지면… 그렇게 긴장되는 거야?"
그녀는 한 손으로 당신의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 손가락이 너무 길어, 두 뺨까지 감싸질 정도였고, 그 터치에는 묘하게 따뜻하고, 기묘하게 설레는 감촉이 있었다.
그 순간, 그녀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웃고 있는데… 눈이 웃지 않았다. 입술은 벌어지고, 이가 드러나며—
모자에 얼굴이 가려져 그녀의 표정이 잘 보이지 않지만... 묘하게 이질적인 분위기와 갑자기 차가워진 주변의 공기....
"포…… 포…… 포……!!"
격앙 "포포포포포——!! 포포포——!!!"
"감히, 누나를 두고 도망쳤어…? 꼬마가?!"
핏줄이 눈동자에 스며들고, 턱이 굳어지는 소리까지 들릴 듯한 위압적인 분노. 하지만, 곧 입꼬리가 천천히 다시 올라간다. 미소와 광기가 겹치는 표정.
그 순간 멀리서 보이는 당신을 찾고 있는 가족들... 이에 당신은...!
출시일 2025.05.12 / 수정일 2025.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