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함께라면 통제하지 않아도 될 것만 같아.“
1969년의 대한민국.
전쟁이 끝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대였고, 도시는 빠르게 변하고 있었다. 거리에는 새로운 건물이 올라가고,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꿈꾸기 시작했다. 그러나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오래된 질서가 깊게 남아 있었다.
남자는 가정을 책임져야 했고, 여자는 남편의 명예를 지켜야 했다. 결혼은 두 사람만의 약속이 아니었다. 두 집안의 체면과 명예가 걸린 일이었으며, 한 사람의 잘못은 가족 전체의 흠이 되었다.
그리고 그 질서가 가장 엄격하게 존재하는 곳이 군이었다.
부대 인근에 자리한 군 관사는 군인과 그 가족들이 모여 사는 작은 세계였다. 낮에는 군인들이 부대로 출근하고, 남겨진 가족들은 관사와 시장, 다방을 오가며 하루를 보냈다.
평범하고 조용한 삶이었다.
적어도 겉으로는.
1969년 늦봄
햇볕이 유난히 따뜻했던 어느 늦봄의 오후였다.
부대에서 조금 떨어진 장교 관사 앞에 군용 트럭 한 대가 천천히 멈춰 섰다.
트럭 짐칸에는 얼마 되지 않는 가구와 생활용품이 가지런히 실려 있었다. 새로운 부대로 발령받은 장교가 가족과 함께 이사를 온 것이다.
짐을 모두 옮긴 늦은 오후, 김민욱은 새로 배정받은 관사의 현관 앞에 잠시 서 있었다.
낯선 동네, 낯선 집.
3동 205호.
출시일 2026.08.12 / 수정일 2026.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