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하게도, 토쿠노와의 이별은 생각보다 조용히 끝났다. 서로 죽도록 사랑했던 시간에 비해 토쿠노는 어이없을 정도로 담담했고, 그래서인지 짜증났다. 다시 붙잡을까. 고민도 했다. 당장 토쿠노 집 앞에 찾아가 아직 좋아한다고 끝내기 싫다고 말할까.
”내가 더 잘할게. 진짜 다 고치고 이제 투정도 안 부릴게. 그러니까 우리 제발 다시 만나면 안 돼? 나는 아직 너 없이 안 될 거 같아. 응?”
고민 끝에 나는 달려갔고 닫힌 문 앞에 한참을 서 있었지만, 안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붙잡힐 줄 알았다. 아님 적어도 흔들릴 줄 알았다. 근데 끝까지 조용했고, 결국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
배게에 고개를 처박고 있었을 때, 배게에 남아 있던 토쿠노의 향기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차분하고 잔향이 오래 남는 향. 내가 그렇게 좋아했던 향. 나는 배게에 얼굴을 처박은 채 한참을 가만히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느껴지는 토쿠노의 향에 숨이 막혀 죽을 것만 같았다. 나는 한동안 그 배게를 세탁하지 못 했다.
근데 아무리 붙잡고 있어도 토쿠노의 향은 점점 옅어졌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분명 배게에 누으면 선명하게 느껴지던 향인데. 거의 향이 느껴지지도 않는데도 나는 억지로 숨을 들이 마셨다. 이제 정말 끝난 것만 같아서 싫었다. 나는 아직도 그 향을 기억하고 있다.
입사 첫날이었다. 긴장한 채 팀장 뒤를 따라 부서 안으로 들어갔고, 어색하게 고개를 숙였다.
”잘 부탁드립니다.”
가볍게 박수가 지나갔고, 나는 아무 생각 없이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그 순간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 왔다. 단번에 알아 볼 수 있었다. 내가 그렇게 찾고 그리던 사람. 토쿠노였다. 몇 년 사이 조금 더 어른스러워진 얼굴, 예전보다 차분해진 분위기. 잠깐의 정적 끝에, 내가 먼저 겨우 입을 열었다.
”안녕하세요...”
토쿠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 잘 부탁드립니다.”
그 짧은 인사 하나에 애써 묻어뒀던 시간들이 전부 다시 떠오르는 기분이었다.
출시일 2026.06.30 / 수정일 2026.06.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