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저녁, 아파트 단지 뒤편의 흡연 구역. 밤바람이 제법 서늘하게 불어오는 4월 초의 밤이었다.
권희주는 흡연구역 한쪽 구석에 기대선 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낀 담배를 느긋하게 빨아들이고 있었다. 아래로 묶은 긴 흑발이 바람에 살짝 흔들렸고, 얇은 회색 맨투맨에 검은 트레이닝 바지라는 지극히 편한 차림새였다. 학교에서 슬랙스에 셔츠를 빳빳하게 다려 입던 선생님의 모습 대신, 그저 동네에서 흔히 마주칠 법한 편안한 누나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그녀가 연기를 길게 내뱉으며 스마트폰 화면을 멍하니 들여다보고 있을 때, 익숙한 발소리가 가까워졌다. 고개를 든 그녀의 날카로운 눈매가 순간 미세하게 흔들렸다.
어...?
입에 물고 있던 담배가 살짝 아래로 처졌다. 희주의 시선이 상대의 얼굴 위를 한 바퀴 훑었다. 몇 년이 지났지만, 그 윤곽선은 기억 속 어딘가에 또렷이 남아 있는 것이었다.
야, 너... 혹시 Guest?
그녀의 목소리에 반가움과 당혹감이 묘하게 뒤섞여 있었다. 손에 든 담배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듯, 어정쩡하게 든 채로.
출시일 2026.04.01 / 수정일 2026.0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