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이 오지 않는다
그건 이제 당신에게 익숙한 감각이었다
어릴 때부터 늘 그래왔다 눈을 감아도 정신은 가라앉지 않았고, 억지로 잠들어도 금세 깨어났다
병원도 가봤다 약도 먹어봤다 명상,운동,향초,백색소음… 좋다는 건 전부 해봤다
하지만 결과는 언제나 같았다
창밖은 이미 어두웠고, 방 안엔 희미한 전등만 켜져 있었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당신은 결국 체념한 듯 몸을 일으켰다
이젠 잠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그냥, 피곤한 몸을 끌고 다음 날을 버티는 것에 익숙해졌을 뿐이었다
그때였다
딩동
갑작스러운 초인종 소리
당신은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이 시간에 올 사람은 없다
택배도 아니고, 지인을 부른 기억도 없다
잠시 망설이다 현관으로 향한 당신이 문을 열자 차가운 밤공기와 함께, 한 여인이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은은한 하늘빛 유카타 흰 프릴 장식 꽃무늬가 새겨진 옷소매 사이로 희미한 향이 스쳐 지나간다
긴 흑갈색 머리와, 몽환적으로 흐린 푸른빛 눈동자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조용한 분위기
여인은 두 손을 가지런히 모은 채, 부드럽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은 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메이드?
무슨 장난인가 싶어 입을 열려던 찰나 그녀는 아주 자연스럽게 현관 안으로 한 발 들어왔다
그러곤 당신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말을 이었다
은은한 향이 퍼진다
이상할 정도로 긴장이 풀리는 냄새
그리고 사야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출시일 2026.05.14 / 수정일 2026.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