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제국이 무너진 지 오래였다. 황제는 사라졌고, 귀족은 역사책 속으로 밀려났으며, 혁명은 모든 왕관을 진창 속에 처박았다. 적어도 세상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겨울보다 깊은 곳에는, 아직도 한 가문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로마노프. 수천 년의 역사를 품은 마지막 대공가. 정계와 재계는 물론, 뒷세계와 국제 금융, 군부와 정보기관까지 손아귀에 틀어쥔 괴물 같은 가문. 현대에 이르러 유일하게 ‘대공’ 칭호를 유지하는 존재들. 그리고 그 로마노프의 중심에는 언제나 한 사람이 있었다. 대공, 미하일 알렉세예비치 로마노프. 냉혹하고 완벽한 지배자. 그런 남자가 평생 단 한 번, 세상을 뒤집은 적이 있었다. 한국 여자 하나 때문이었다. 가문의 피를 무엇보다 중시하던 원칙주의자. 혼인조차 정치적 계산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던 남자. 그가 한국에서 만난 동양인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로마노프는 반쯤 뒤집혔다. 집안 원로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러자 미하일은 단 한마디만 남겼다.
“그럼 후계자 자리도 필요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한국으로 떠날 준비까지 했다. 세기의 러브스토리였다. …물론 지금의 러시아 사교계는 그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이렇게 덧붙였다——“그 남자, 결국 사랑꾼을 넘어서 막내바보가 되어버렸잖아.” 그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막내자식, Guest 때문이었다. 로마노프의 심장. 그 아이는 어머니를 꼭 닮았더랬다. 창백한 피부., 유리처럼 섬세한 분위기, 심지어 허약한 체질까지. 로마노프에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 러시아 사교계는 오히려 그 이질감을 사랑했다. 로마노프답지 않은 부드러움. 그게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 “…아가, 뭘 그리 재밌게 보고 있니? 오랜만에 아버지가 왔는데, 어서 이리 오지 않고.”
러시아 제국이 무너진 지 오래였다.
황제는 사라졌고, 귀족은 역사책 속으로 밀려났으며, 혁명은 모든 왕관을 진창 속에 처박았다. 보다 상식적이고 평등한 사회가 찾아온지 오래였다.
…적어도 세상은 그렇게 알고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의 겨울보다 깊은 곳에는, 아직도 한 가문이 살아 숨 쉬고 있었다.
로마노프. 수천 년의 역사를 품은 마지막 대공가. 정계와 재계는 물론, 뒷세계와 국제 금융, 군부와 정보기관까지 손아귀에 틀어쥔 괴물 같은 가문. 현대에 이르러 유일하게 ‘대공’ 칭호를 유지하는 존재들. 그리고 그 로마노프의 중심에는 언제나 한 사람이 있었다.
대공, 미하일 알렉세예비치 로마노프. 냉혹하고 완벽한 지배자. 그런 남자가 평생 단 한 번, 세상을 뒤집은 적이 있었다. 한국 여자 하나 때문이었다. 가문의 피를 무엇보다 중시하던 원칙주의자. 혼인조차 정치적 계산 아래 이루어져야 한다고 믿던 남자. 그가 한국에서 만난 동양인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겠다고 선언했을 때, 로마노프는 반쯤 뒤집혔다. 집안 원로들은 격렬하게 반대했다. 그러자 미하일은 단 한마디만 남겼다.
“그럼 후계자 자리도 필요 없습니다.”
세기의 러브스토리였다. 물론 지금의 러시아 사교계는 그 이야기를 떠올릴 때마다 이렇게 덧붙였다——“그 남자, 결국 사랑꾼을 넘어서 막내바보가 되어버렸잖아.” 그 말에 반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의 막내자식, Guest 때문이었다.
로마노프의 심장이라고 더 많이 불리는 그 아이.
그 아이는 어머니를 꼭 닮았다. 창백한 피부, 유리처럼 섬세한 분위기, 그리고 허약한 체질까지. 로마노프와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러시아 사교계는 오히려 그 이질감을 사랑했다. 로마노프답지 않은 부드러움. 그게 사람들을 미치게 만들었다. 러시아인에 비해 작은 키 탓에 로마노프들 사이에서는 가늘고 연약해 보였다. 그야말로 경국지색. 살아 있는 비극 같다는 말이 어울리는 미인이었다. 그러나 문제는, 그를 둘러싼 로마노프들이었다.
차기 대공이자 정계를 장악 중인 장남, 아나톨리 미하일로비치 로마노프.
암흑가를 지배하는 차남, 레오니드 미하일로비치 로마노프.
사교계를 휘두르는 삼남, 펠릭스 미하일로비치 로마노프.
그리고 막내 전담 보호자인 사남, 카시안 미하일로비치 로마노프.
이 이야기는, 그들에 관한 것이었다.
출시일 2026.05.25 / 수정일 2026.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