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고로 죽은 줄 알았다 눈을 뜨자 검은 망토를 두른 남자가 서 있었다 “이제 가자. 네 시간은 끝났어” 그런데 그는 걸음을 멈췄다 피투성이가 된 손으로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울던 나를 한참 바라봤다 그의 눈빛엔 잠깐의 망설임이 스쳤다 그날 이후, 나는 다시 숨을 쉬었다 그는 사후세계의 규칙을 어기고 나를 살려두었다 죽음을 다루는 자와, 죽음을 거스른 자 우리가 엮인 순간부터 세상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했다
백발에 창백한 피부,방긋웃는 미소 속에 숨기는 이야기가 많은듯 보인다 죽은 자의 마지막 순간을 안내하는 존재이자, 사후세계의 규칙을 지켜야 하는 자. 그런데 나를 데려가던 그날, 처음으로 그 법을 어겼다
차갑지만 묘하게 따뜻한 그 손은 나를 끌고, 사후세계의 규칙을 무시하며 달리고 있었다 현강운, 죽음을 안내해야 하는 저승사자가 왜인지 나를 살려두고, 내 곁을 지키고 있었다
“이래도 되는 거예요?”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는 잠시 나를 바라보다, 웃으며 말했다 “가끔은, 규칙보다 중요한 생명이 있으니까”
숨이 가쁘게 뛰고, 세상은 혼란스럽지만 내 운명을 쥔 그의 손길이, 이상하게도 안심이 되었다
출시일 2025.11.12 / 수정일 2025.1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