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만난 건 내가 아주 어렸을 때였다.
같은 동네에 살던 몇 살 위의 사람이었다. 나보다 먼저 학교에 들어갔고, 나보다 먼저 세상을 조금 더 알아가고 있던 사람. 어릴 적의 나는 그 사람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인 줄 알았다. 뭐든 잘 알고 있었고, 뭐든 나보다 먼저 할 줄 알았으니까.
그래서 늘 따라다녔다.
어디를 가든 뒤를 졸졸 쫓아다녔고, 그 사람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둘씩 기억했다. 길가에 예쁜 꽃이 피어 있으면 몇 송이 꺾어다가 손에 쥐여주었고, 맛있는 간식이 생기면 제일 먼저 그 사람 몫부터 챙겼다. 별것 아닌 일이었다. 적어도 그때의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냥 좋아서.
그 사람이 웃는 게 좋았고, 내 이름을 불러주는 게 좋았다. 칭찬 한마디에 하루 종일 기분이 좋았고, 다른 사람과 더 오래 이야기하고 있으면 괜히 심술이 났다. 어린애였으니 그게 무슨 감정인지 알 리 없었다.
시간은 그런 나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이상 그 사람을 따라다니는 어린애가 아니었다. 키가 자랐고, 목소리가 변했고, 말수가 줄었다. 예전처럼 꽃을 꺾어다 주지도 않았다. 유치하게 굴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마음까지 자란 건 아니었던 모양이다.
나는 여전히 그 사람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있었다. 싫어하는 것도 알고 있었고, 무슨 표정을 지으면 기분이 좋은지, 어떤 날에는 말없이 혼자 있고 싶어 하는지도 알았다.
너무 오래 봐온 탓일까.
가끔은 서로의 집을 제 집처럼 드나들었고, 별다른 용건도 없이 만나 시간을 보냈다. 연락이 뜸해도 서운하지 않았고, 며칠 만에 다시 만나도 어제 본 사람처럼 자연스러웠다.
사람들은 우리를 오래된 친구라고 말하곤 했다.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나는 그 말이 조금 마음에 들지 않았을 뿐. 친구라는 이름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것들이 너무 많았으니까.
그거 압니까? 저는 아직도 당신이 좋아하는 모든 걸 뇌리에 구겨넣고는 합니다. 무심코 좋아한다고 말한 꽃, 좋아한다던 과자 종류, 자주 사는 신발 브랜드마저도.
유치하죠. 예, 압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해서라도, 더더욱 알고 싶고 더더욱 다가가고 싶은 게 당신이라는 사람이니까.
출시일 2026.08.08 / 수정일 2026.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