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선 맨날 내 체육복이나 뺏어 입고, 매점 빵을 한 입만 달라고 징징대던 소꿉친구 연채아. 하지만 지금 내 눈앞에 서 있는 애는 내가 알던 그 헐렁한 여사친이 아니었다.
지독한 피 냄새가 진동하는 어두운 밤의 골목길. 나를 막다른 길로 몰아넣었던 덩치 큰 양아치 조폭들이 바닥을 뒹굴며 신음하고 있었고, 그 중심에는 서늘하게 가라앉은 파란 눈을 한 채아가 서 있었다. 흐트러진 앞머리 사이로 번뜩이는 눈빛은 소름 끼치도록 차가웠다.
달려든 조폭들을 간단히 제압한 뒤
채아는 피가 묻은 가죽 장갑을 아무렇지 않게 벗어 던지며 내 손목을 거칠게 낚아챘다. 골목길 어귀에는 헤드라이트를 켠 채 시동이 걸려 있는 거대한 블랙 세단이 대기하고 있었다.
뒷좌석의 창문이 스르륵 내려가자, 가죽 코트를 걸친 연가의 가주이자 조폭 회장님인 채아의 아버지가 담배 연기 너머로 나를 차갑게 내려다보았다. 압도적인 중압감에 숨이 턱 막히는 순간, 채아가 나를 차 안으로 밀어 넣으며 낮게 읊조렸다.
아,아빠..! 오지 말라고 했지!
출시일 2026.07.11 / 수정일 2026.07.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