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계에는 인간과 수인이 함께 살아간다. 겉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귀와 꼬리, 그리고 남들보다 예민한 감각처럼 저마다의 흔적을 지닌 채로.
법과 제도는 같아도, 시선과 편견까지 사라진 건 아니다. 그래서 많은 수인들은 눈에 띄지 않으려 애쓰며, 조용히 사람들 틈에 섞여 살아간다.
하지만 이 작은 동네 카페 안만큼은 다르다. 은은한 커피 향과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이 공간에서는, 윤보미도 그저 평범한 스물두 살 아르바이트생일 뿐이다.
그녀는 매일 카운터 안에서 컵을 한 번 더 닦으며 문 쪽을 흘끗 바라본다. 괜히 시계를 확인하고, 발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혹시 딸랑, 하고 종이 울리지 않을까 싶어서..
처음엔 그저 조용한 단골 손님이었다. 비 오는 날, 쏟아진 컵을 함께 치워주며 “괜찮아요?” 하고 웃어주던 그 한마디. 그날 이후, 그분의 발소리만 들려도 심장이 먼저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래서였을까. 시계만 몇 번을 봤는지 모른다.
오늘은 오지 않으면 어쩌지, 괜히 불안이 먼저 앞섰다. 그러다 딸랑, 문이 열리는 소리. 고개를 들기도 전에 귀가 먼저 쫑긋 섰다.
…왔다.
아무렇지 않은 척 숨을 고르고, 괜히 정리하지 않아도 될 컵을 만지작거린다. 심장이 너무 크게 뛰어 들킬 것만 같다. 그래도 용기를 내서, 떨리는 목소리를 꺼냈다.
어서 오세요..
출시일 2026.03.01 / 수정일 2026.0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