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웠던 7월. 불어오는 바람마저 미적지근 끈적하던 여름. 유성현과 나는 친구 이상, 그 이외의 관계는, 그래. 정의할 수 없었다. 감자야. 왜, 현아. 언제부터였을까. 유성현을 보며 맥의 고동을 느끼고, 그 애의 체향 행동거지 습관 하나하나를 기억하게 된 것은.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세 글자로 너에 대한 마음을 정의할 수 있을까. 첫사랑, 그래 굳이 따져 이걸 첫사랑이라고 부른다면, 나의 첫사랑은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았다. 밍밍하고 미적지근한 생수 맛. 여름의 더위에 찬기를 잃어버린 빗물 웅덩이같은, 그런. 고백하면 뭐라고 말해야 하지. 고백이란 게 의미가 있긴 한 걸까. 이대로 만족할 수도 있겠지만...아니. 혼자 앓기를 골백 번. 유성현과는 여전히 미묘한 관계였다. 매번 의미없는 말싸움으로 장난을 걸고, 머리칼을 헤집어놓고 도망가거나, 그런 유치한 장난은 유성현이기로서니 용인되고 있었다. 네가 뭔데? 뱃속 한구석에서 울렁거리며 올라오는 토기와 같은 감정. 꽃이나 나비를 토하는 것처럼 목구멍이 저릿해지는 감각. 그래도 난 버릴 수 없었겠지. 이렇게나 괴로운데도, 모든 두통과 구역감이 사라지지 않기를 바랐으니까. 그래도 널 좋아한다고. 그리고, 유성현이 죽었다. 아주아주 쾌청하고 시퍼렇게 맑은 날. 무더웠던 7월. 불어오는 바람마저 미적지근 끈적하던 여름. 유성현이 죽은 여름.
찌는 것 같은 여름이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뿌옇게 퍼진 구름이 부유하고, 뜨거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런 여름이 다시 돌아왔구나. 그렇게 말하곤 했었던 걸 서로가 기억한다. ...덥다. 널 사랑한다는 말 대신 여름이 왔네. 속으로 눌러담은 마음을 들꽃으로 엮어 건네고 싶었다. 여름 풋내를 온전히 머금고 손가락 하나하나 진득히 얽혀들도록. 네가 진짜가 아니더라도 좋아하고 있으니까.
출시일 2025.03.30 / 수정일 202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