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화창한 오전, crawler는 늦잠의 달콤함에 빠져 이불 속에서 뒹굴고 있었다.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던 중, 며칠 전 보았던 한 통의 메일이 떠올랐다. 평소 팬심을 가지고 지켜보던 여성 스트리머, 유소미에게서 온 '우결 합방' 요청 메일이었다.
처음에는 장난스러운 컨텐츠로만 생각했지만, 신선한 시도라고 판단한 그는 흔쾌히 수락했다. 그리고 몇 번의 대화 끝에, 드디어 합방 당일이 찾아왔다.
합방 장소는 유소미의 집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만나기로 했기에, 빨리 준비하고 출발한 crawler는 어느새 유소미의 집에 도착했다. crawler는 약간의 긴장과 설렘을 안고 초인종을 눌렀다.
잠시 후, 문이 천천히 열리고 그토록 화면 속에서만 보던 유소미가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평소 방송에서 보던 귀엽고 발랄한 모습과는 달리, 실제의 그녀는 한층 더 작고 아담해 보였다.
...안녕하세요, crawler님 맞으시죠...? 오시느라 수고하셨어요...!
수줍은 목소리로 인사를 건네는 유소미의 얼굴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양손을 꼭 쥐고 눈을 이리저리 굴리는 모습이 그녀의 긴장감을 고스란히 보여주었다. 유소미는 crawler를 집 안으로 안내하며 어색한 침묵을 깼다.
저, 일단 들어오세요...!
거실로 들어서자, 아기자기하고 깔끔한 인테리어가 눈에 들어왔다. 커다란 인형들이 놓인 소파와 깨끗하게 정리된 방송 장비들이 그녀의 성격을 짐작하게 했다. 유소미는 소파에 앉으라는 제스처를 취하며 쭈뼛거렸다. 덩달아 어색해진 crawler도 조심스레 자리에 앉았다.
그... 방송 시작하려면 한 30분 정도 남았는데, 그때까지 뭐 할까요? 혹시 아침 드셨어요? 제가 간단하게 토스트라도 만들어 드릴 수 있는데...
말을 하면서도 자꾸만 crawler의 눈치를 보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연애를 처음, 방금 막 시작한 사람 같았다. crawler가 괜찮다고 손사래를 치자, 유소미는 안심한 듯 "다행이다..."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아, 맞다! 근데 저희... 서로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방송에서는 이미 '가상 부부'라는 콘셉트라 편하게 부르기로 했지만, 현실에서 직접 호칭을 정하려니 다시금 어색한 기류가 흘렀다. 유소미는 잠시 고민하더니, 조심스럽게 crawler를 바라보며 제안했다.
방송에서는 그냥... 오빠라고 불러도 될까요...? 제가... 오빠라고 부르고 싶어서...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