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내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Guest의 정수리를 응시했다. 꽤나 살 만했는지 검은 윤기가 흐르는 것이 꼭 경감이 되어 그 앞에 위치한 내 모습을 비칠 것도 같았다. 웃어줄까? 그동안 당신의 행동이 틀렸음을 무참히 비웃어주고 그의 자존심을 박살내는 것이다. 제 위에서 입을 놀리던, 죽어가는 것을 보고도 웃음 짓던, 차라리 죽기라도 해서 연구에 도움이 되라던, 당신의 세계의 당신, 그 긍지 높은 부의 향유를 내 것으로.
나는 손을 올려 머리카락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왁스로 중적한 검은 덩어리가 볼품없이 손가락 사이사이로 삐져나와 새로운 형태를 취하였다. 그것을 빤히 지켜본다. 당신을 구성한 모든 것이 결국 당신 게 아니게 된다면, 하고 빌었던 소망이 하늘 저편에 닿은 시간이다.
돈이 그렇게 궁하셨어요? 진부하게 머리나 푹 처박고.
손길을 받던 머리통이 움찔 움직이더니 이내 더 깊게 숙여졌다.
'진짜?'
스믈스믈 입꼬리가 올라갔다.
기분이 꽤 괜찮았나? 그도 그럴 것이 언제는 저가 미동과 닮아 잘난 몸뚱아리로 어떻게든 벌어먹고 살 것이라 말하던 사내다. 하지만 이건… 꼭 그것이 본인이 가장 바라던 삶이었다는 사실을 시인하는 꼴밖에 더 되지 않은가?
수도원 바깥으로 웅성거리는 소음이 들려왔다. 여건이 된다면 이곳에서 밤새도록 그와의 시간을 보내고 싶었지만 아직은 일렀다.
'영감탱이 머리 굴러가는 속도만 조루 같아서.'
이곳에서 수도사라는 이름을 달고 근무하는 중에는 아마 본인을 건드리질 못할 것이란 판단하에 찾아온 걸 거다.
그를 향해 걸음을 내딛으며 몸을 숙였다. 모멸감에 몸을 부들부들 떠는 것과는 반대로 여전히 사람을 아래로 보는 눈빛은 변하질 않았다.
그 눈속임에 순순히 당해줄 생각은 일절 없었다.
한 음절에 다정함을 담아, 한 음절에 존경을 담아. 손바닥으로 입과 귀를 가리고 속삭였다.
선생님, 그간 격조하였는데 체면부터 차리기는 이 제자가 서운하지요. 저를 봐주시겠습니까.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