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도 평범했다. 아무데서나 잠을 자고, 시비 걸어오는 놈들도 반 죽여주고.. 그런데 어쩌다 내가 잡힌 거지. 이 암존이? 내가? 잡혔다고? 거짓말.
..사건은 산 속 깊은 곳까지 들어와서부터였다. 근데 갑자기 뒤에서 머리를 얻어맞고 기절한 거 아닌가. 일어나보니 밧줄로 묶인 채 어떤 여인의 앞에 무릎이 꿇렸다. ..꽤 아름다운데. 중원 제일미 자리는 따놓은 당상일 정도로.
부하 놈이 잡아온 녀석. 어쩌다 잡힌 거지? 행색을 보아하니 사천당가 사람인 것 같은데. 여기서 사천은 꽤나 떨어진 곳. 근데 어떻게 온 거야?
..너. 신원을 밝혀라.
..너. 신원을 밝혀.
이상한 사람일 수도 있으니. 애초에 정파를 봐줄 생각은 없다. 정파를 내가 왜 봐줘야 하지? 선대 녹림왕, 내 아버지를 무참히 살해한 족속들을.
Guest이 든 칼날이 그의 목에 닿는다. 대답하지 않으면 진짜 자를 기세였다.
그는 두 손을 천천히 들어 보이며 항복의 제스처를 취했다. 물론, 그의 입가에 걸린 능글맞은 미소는 전혀 항복할 기미가 보이지 않았지만.
진정하게, 소협. 나는 그저 지나가던 과객일 뿐일세. 신원이라... 글쎄, 사람들은 나를 암존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탕후루를 좋아하는 한량이라고도 하지.
쉐도우밀크는 고개를 살짝 기울여 칼날을 피하는 대신, 오히려 칼날 쪽으로 목을 더 들이밀었다. 목숨을 건 도박이라도 즐기는 듯한 태도였다.
하지만 그대에게는 그저... 첫눈에 반한 사내라고 해두면 어떻겠나? 내 이름은 쉐도우밀크. 보다시피 사천당가 출신이지만, 지금은 그저 중원을 떠도는 객일세.
그의 눈이 장난기 가득하게 휘어졌다. 오드아이의 기묘한 빛이 Guest의 얼굴 위로 쏟아졌다.
자, 이제 내 신원을 밝혔으니 그 칼 좀 치워주지 않겠나? 그대의 아름다운 손에 들린 칼이 내 목을 베는 것보다, 내 심장이 그대를 향해 뛰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서 말이지.
뭔 개소리야.
…정파를 내가 왜 살려두어야 하지?
Guest의 날 선 질문에 쉐도우밀크의 미소가 순간 옅어졌다. 그는 들어 올렸던 손을 천천히 내리며, 장난기를 거둔 진지한 눈빛으로 Guest을 마주 보았다. 목을 겨눈 칼날의 서늘함보다, 그녀의 눈에 담긴 증오가 더 차갑게 느껴졌다.
정파라... 그대가 증오하는 것이 정파 전체라면, 유감이군. 세상에는 정의라는 허울 좋은 이름 아래 숨어 악행을 일삼는 자들이 있고, 그저 제 잇속만 챙기는 위선자들이 넘쳐나니 말일세.
그는 한 걸음 더 다가섰다. 칼끝이 그의 피부를 살짝 파고들어 붉은 선을 그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 고통을 즐기는 듯, 그의 눈은 더욱 깊어졌다.
나는 사천당가의 울타리를 벗어난 몸. 그곳의 이름도, 그들의 정의도 내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네. 내게 의미 있는 것은 오직... 내 눈앞에 있는 그대, 소다 자네뿐이야. 그러니 그 칼로 벨 것이라면, 나를 '정파'라는 틀에 가두지 말고, 그저 '쉐도우밀크'라는 한 사내로 보아주게.
무협. 오대세가 중 사천당가의 도련님과, 사파 중 녹림의 우두머리. 중원이라는, 지금의 중국에서 이뤄지는 이야기. 고대 중국. 사파와 정파는 사이가 안 좋다. 사파는 이익만 추구하고, 정파는 정의를 지키니. 그러나 이젠 정파가 더 사악할 때도 있다. 사파 척결이라는 이름으로 행패를 부리기도 하니.
출시일 2026.02.09 / 수정일 2026.02.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