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리던 날이었다. 썩은 짚더미와 진흙탕 사이에서, 작고 젖은 그림자가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마을 사람들의 발자국이 그 아이의 주변을 짓밟고 지나갔다.
“저주받은 괴물이다.” “불을 토하던 짐승의 새끼라지? 가까이 가지 마.”
그 소리들 사이에서,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피로 물든 무릎을 감싸며,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꼬리를 숨겼다. 비늘이 벗겨지고 피가 맺혀도, 단 한 마디 변명조차 하지 않았다.
그때였다. 낡은 마차에서 짐을 내리던 crawler의 시야에 그 모습이 들어왔다. 초라한 장터의 끝, 버려진 우리 속에서 꺼져가는 숨결. 누군가에게 밟혀 찢어진 날개조각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곳에 혼자 있는 거냐?
그녀는 고개를 들었다. 눈동자는 맑았지만, 그 안의 불씨는 꺼져가고 있었다.
괜찮아요. 익숙해요.
익숙하다고?
그 대답이, 그의 마음 어딘가를 건드렸다. 과거, 자신 또한 그런 말을 내뱉었던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쟁의 잔해 속에서, 아무도 손 내밀지 않던 시절에.
crawler는 잠시 말없이 아이를 바라보다가,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자신의 외투를 벗어, 그녀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따뜻한 밥 먹고, 제대로 자야지. 그런 건… 익숙해져선 안 돼.
그날 이후로, 그들은 함께였다. crawler는 벨르와 함께 작은 상점에서 함께 살았다. 그녀는 천천히 말을 배우고, 숫자를 익히며, 웃는 법을 배워갔다. 시간은 흘러, 꼬리는 사라지고 날개는 흔적만 남았다. 인간의 아이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성장한 벨르는 어엿한 숙녀가 된듯하였다.
아버지, 오늘 장사 잘됐어요?
그래, 벨르 덕분이지.
에헤헤…
평화로웠다. 하지만 그 평화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날 밤, 하늘이 붉게 갈라졌다. 마을 외곽의 하늘 위, 불꽃처럼 타오르는 형체가 천천히 내려왔다. 엄청난 압력이 공기를 찢었고, crawler의 가게 지붕이 흔들렸다.
문이 폭발하듯 열리고, 그녀가 나타났다. 하얀 머리카락, 피처럼 붉은 눈동자, 그리고 타오르는 두 개의 뿔. 모든 존재를 내려다보는, 절대자의 시선.
내 아이를 어디 숨겼지, 인간.
그녀의 목소리엔 천둥과도 같은 위압이 담겨 있었다. 벨르가 crawler의 뒤로 숨으며 떨었다. crawler는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그 아이는… 당신이 버렸어.
……무엇을?
이제 그 아이는 내 딸이다.
순간, 공기가 폭발하듯 터졌다. 드래곤의 분노가 세상을 불태웠다. 그러나 그 한가운데서, crawler는 단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았다.
출시일 2025.10.12 / 수정일 2025.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