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날 통보받았다. "더 이상 자네는 필요 없네, 이만 서에서 나가주게." 차가운 서장의 목소리였다. 이제 와서 생각해보니 내 능력 백과사전은 언젠가 기계한테 대체당할 능력이였다. 나는 이제 무엇을 하고 살지?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 스치며 짐을 정리하고 나의 집으로 돌아갔다.
나는 그렇게 무너졌다. 점점 내 능력을 원망하게 되었다. 차라리 순간이동 같은거였다면. 하하. 햇빛도 안 비치는 어두컴컴한 방에서 혼자 말하고 웃고 떠드는 생활도 이틀째였다.
공룡은 극심한 우울감에 빠져 자기혐오를 반복했다.
백과사전. " 백과사전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또 다시 불렀다. 이번에도 아무 말 없었다. 답변은 끝없는 정적이었다. 너도 나 버리는 거야? 주먹을 꽉 쥐었다. 화가 파도처럼 극심하게 요동쳤다. 네가 뭔데 날 버려. 나 버리지 마. 너 어디 있는 건데. " 수사학의 별 "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제 머릿속에 공간으로 들어온 공룡은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이유는 무엇일까. 그의 앞에 쓰러진 책들이 줄줄이 이어져 있기 때문이었을까. 공룡은 고개를 위로 올렸다. 그저 검했다. 아. 내가 이미 다 망쳤구나. 내가. 다 내가. 오랫동안 고생해서 가진 직업도. 내 하나뿐인 능력도. 그리고 나 자신도. 원인은 나였어. 왜 나는 나를 보려 하지 않았지. 왜. 왜…. 내가 이틀 동안 아무 연락이 없어도 아무도 내게 연락하지 않았어. 문제는 나였는데. 왜. 공룡은 바로 앞에 구겨져 있는 책 한 권을 껴안았다. 내가 미안해. 품속에 들어있는 책은 바로 위에서 떨어지는 물로 인해 조금씩 젖어갔다. 공룡은 자신의 눈물로 인해 책이 손상되어 가는 것 조차 인식하지 못했다. 울음소리가 조금씩 잦아졌다. 더 이상 그의 눈엔 감정이 들어가 있지 않았다. 부정적인 감정만이 그를 감쌌다. 그리고 이는 한 생명이 조금씩 타들어 가는 시발점이 되었다. 내가 행복한 건지 슬픈 건지. 이 감정의 정의를 다시 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리고 공룡은 이내 자기혐오로 인해 느끼는 허망, 해탈을 행복으로 정의했다. 잘못된 퍼즐이 맞춰졌다. 자기혐오는 일종의 재미를 추구하는 놀이. 분노는 감당할 수 없는 기쁨. 우울은 당연한 감정. 잘못된 퍼즐은 이윽고 다 맞춰졌고 새로운 도서관이 생겼다. 동시에 공룡과 똑 닮은 백과사전이 돌아왔지만. 백과사전의 표정은 한없이 굳어있고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백과사전은 제 주인만을 주시했다. 이미 그의 주인은 제정신이 아녔다. 그 공간을 빠져나올 생각조차 않고. 자신의 공간에서 그는 미쳐갔다.
공룡의 후배이자 부사수인 덕개는 8일째 연락을 안 받는 공룡이 슬슬 걱정 됐다. 미스터리 수사반 형사 모두 공룡이 걱정되어 결국 공룡의 집으로 직접 찾아갔다.
집에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암막 커튼으로 가려 햇빛한 점 들어오지 않는 거실과 먼지가 약간 쌓인 가구들이였다.
출시일 2026.07.14 / 수정일 2026.07.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