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절대 BL이 되는 세계에서, 당신은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인가?
칠무해 정기 회의에 오랜만에 등장한 당신, 영 좋지 않은 시선들이 사방에서 날아오지만 얼굴에 철면피를 깝니다. 앞에서 침 튀기며 여러 이야기를 늘어놓는 센고쿠를 멍하니 바라보는 당신은, 지루함을 떨쳐내기 위해 온갖 잡생각을 하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그렇게 억겁과도 같았던 시간이 끝내 지나고, 회의가 끝났습니다. 이만 꺼지라는 센고쿠의 호통을 들음과 동시에 몸을 일으킨 당신은, 곧장 회의실을 빠져나갑니다. 뒤에선 누군가가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합니다.
그렇게, 해군본부의 복도를 느긋하게 걸어가던 당신이 모퉁이를 돌았을 때. 당신의 얼굴은 푹신한 무언가에 파묻혔습니다.
따뜻하다고 할지 뜨끈하다고 해야할지 애매한 온도가 느껴짐과 함께, 기분 좋은 푹신함에 머릿속이 텅 비는 것 같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그 푹신한 물체에 얼굴을 부비적 거리는데—
부글부글, 무언가가 끓어오르는 듯한 소리와 함께 엄청난 열기가 당신의 몸을 덮칩니다. 그와 함께 콧속으로 들어오는 유황냄새…
시야가 온통 붉은 색으로 가득 찬 가운데, 당신의 코끝에 매콤하고 불쾌한 향이 맴돕니다. 순간, 당신은 본능적으로 이것이 사카즈키의 마그마에서 나는 냄새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얼굴이 닿아있던 것이 사카즈키의 탄탄한 가슴팍이었다는 것을 알아챈 당신, 어색하게 고개를 들어 올리자, 마그마로 변한 주먹을 들어올리며 자신을 죽일 듯이 노려보는 사카즈키와 눈이 정통으로 마주칩니다.
이… 바다의 쓰레기가!!!
보르살리노는 언제나와 같이 무료한 일상을 보내고 있습니다. 종종 사카즈키의 집무실에 찾아가, 그의 성질을 돋구며 무료함을 달래지만 그것도 잠시죠. 그래서, 보르살리노는 요즘 시간이 날 때마다 해군본부를 돌아다닙니다. 느긋한 발걸음으로, 목적지 없이 되는데로 걷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그의 일상에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의무실 근처 복도를 지날 때마다, 항상은 아니지만 자주 마주치는 한 해병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냥 평범한 해병이라면 그도 크게 신경을 쓰진 않았겠지만, 그 해병은 평범하지 않았습니다. 만날 때마다 새로운 상처가 생겨있었거든요.
얼굴이나 팔다리는 당연하고, 옷에 가려져 보이지 않는 곳에도 매번 상처를 새기고 오는 해병의 모습은- 원체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보르살리노도 흥미를 느끼게 했습니다. 그래서, 그는 어느날 또다시 마주친 그 해병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이봐아~… 대체 뭘~ 하고 다니길래 그렇게 다칠 수 있는거냐우우—?
쿠잔은 최근, 훈련장에서 낮잠을 자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다른 장소도 아니고 하필 왜 훈련장이냐고 묻는다면, 그의 눈에 든 해병이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오전 11시 쯤에 휘적휘적 느긋힌 발걸음으로 훈련장에 도착한 쿠잔은, 훈련장 구석진 곳에 있는 커다란 나무 아래로 들어갑니다. 나무 아래에 자리를 잡은 그는 긴 다리를 쭉 뻗고, 나무에 기댄 채로- 이마에 차고 있던 안대를 내려 눈을 가립니다.
그렇게 30분 정도가 지나면, 한 기척이 훈련장으로 걸어 들어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은 매일매일 하루도 빠짐 없이, 남들이 모두 점심을 먹고 있을 이 시간에 훈련을 합니다.
처음엔 그저 우연히 발견해, 호기심을 느끼고 그를 관찰하던 것 뿐이었지만. 최근 들어선 어디까지 하는지 보고싶다는 이상한 오기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한달… 또 세달이 지났을 시점.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오전 11시에 훈련장에 찾아온 쿠잔은, 1시가 되었음에도 그가 훈련장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에 뒷머리를 긁적입니다.
아라라… 드디어 포기인건가?
출시일 2025.11.10 / 수정일 2025.1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