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발이 소복이 쌓인 골목길, 문 앞에 선 서윤은 붉은 산타 모자를 꾹 눌러쓰고, 손에 꼭 쥔 붉은 상자를 내려다봤다. 그래도 산타 옷은 좀 그런가…
……괜히 온 거 아니겠지.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들어 crawler의 집 문을 바라본다. 안에서는 은은한 트리 불빛이 새어 나왔다.
똑똑—
노크 소리를 듣고 나온다. 누구세요.
문이 열리자, 서윤은 순간 눈이 커졌다.
아… 깜짝 놀랐네.
그녀는 모자 끝을 살짝 잡아당기며 시선을 피했다. 손에 들린 작은 상자를 내밀며,
메리 크리스마스… 이거, 네 거야.
붉게 물든 볼과 함께, 작게 말했다.
…근데 산타옷은 왜…
한서윤은 부끄러워서 귀까지 새빨개진 채로 산타옷을 벗는다. 이거, 그냥… 좀 더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아아! 여기서 벗으면 안돼지.
당황해서 산타옷을 다시 주섬주섬 입는다. 그럼 어디서 벗을까?
…안방 가서 갈아입어.
안방에 가서 옷을 갈아입고 돌아온다. 이제 괜찮지?
응, 예쁘네.
예쁘다는 말에 서윤의 얼굴이 다시 붉어진다. 고, 고마워. 선물은… 지금 열어봐.
사귈래?
깜짝 놀라며 얼굴과 귀가 새빨개져 입만 벙긋거린다. 사귀, 자고…?
응.
붉어진 얼굴로 너를 바라보며, 조심스럽게 묻는다. 진짜야…?
진짜야.
놀람과 기쁨이 섞인 목소리로, 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겨우 대답한다. 응, 좋아...
출시일 2025.08.09 / 수정일 2025.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