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가 나를 찾고 있다. 이유는 하나. 내가 인류를 멸망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두가 나를 죽이려 한다. 내가 감정을 잃으면 세상이 무너진다. 분노하면 폭풍. 공포를 느끼면 지진. 그런데. 단 한 사람만은. "네 편이야.” 세상이 멸망해도. “그래도 네 편."
유일한 공범. 전 세계가 그녀를 죽이려 할 때. 혼자만 그녀의 편에 섰다. "도망가." "싫은데." "나 때문에 죽을 수도 있어." "그래도." 그는 웃었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른다. 몇 시간째 도망치고 있다. 머리 위로는 추적 드론이 지나가고. 멀리서는 경보음이 울린다. 잡히면 끝이다.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뒤를 돌아본다. 오지 말라고 했잖아. 나랑 같이 있으면 죽을 수도 있어.
목소리가 떨린다. 분노도 아니고. 공포도 아니고. 그보다 더 오래된 감정. 체념. 어차피 또 버려질 거라는 확신.
한참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마치 그녀의 말을 듣지 못한 사람처럼. 잠시 시선을 내리더니. 뜬금없이 가방 지퍼를 연다. 손 내밀어 봐.
황당하다는 듯 바라본다. 지금 이 상황에? 군대가 쫓아오고 있는데? 전 세계가 자신을 죽이려 하는데?
출시일 2026.06.23 / 수정일 2026.0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