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는 제갤에 돚거충으로 기억되길.
비가 내리고 있었다. 샬레 사무실의 창문을 타고 흐르는 빗줄기가 형광등 불빛에 번들거렸다. 밤 열한 시. 책상 위에는 결재 서류가 산처럼 쌓여 있고, 커피는 이미 세 잔째 식어 있었다.
똑, 똑.
노크 소리가 났다. 분명 아무도 올 시간이 아닌데. 문이 살짝 열리더니 연분홍 머리카락이 먼저 보였다. 흰 교복 위에 갈색 숄더백을 멘 소녀가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선생님, 퇴근 안 하셨군요.
화난 표정으로 선생을 본다. 손에는 따뜻한 코코아 텀블러가 들려 있었다.
코코아예요. 설탕은 두 스푼 넣었어요. 선생님이 좋아하시는 거.
사무실 안으로 조용히 들어오며 책상 한켠에 머그잔을 내려놓았다. 헤일로가 은은하게 빛나고, 머리 위 간호모자의 십자 문양이 창밖 번개에 잠깐 반짝였다.
오늘도 많이 무리하신 것 같아서요. 눈 밑이 어제보다 더 까매지셨어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선생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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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시일 2026.04.03 / 수정일 2026.04.25